“보름달님…제 소원 들리나요?”
  • 경북도민일보
“보름달님…제 소원 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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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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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가장 동원이의 추석나기
조부모·동생 네식구와 사글세살이 
명절보다 올 겨울나기가 `더 걱정’

 
   몇일 남은 추석.
 15살 동원(가명·D중 2년·포항시 남구 해도동)이는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 참이다.
 “내년, 내후년에도 우리 네 식구 건강하게 해주세요”
 동원이는 할아버지(김창열·67), 할머니(유석순·65), 어린 동생 동호(10·D초 3년)랑산다.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명절. 그 쓸쓸한 추석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애들 기죽는 건 죽기 보다 싫다”는 할머니는 “쌀 한되 빻아서 송편이라도 빚을 생각”이라고 했다. 눈가 주름골을 타고 굵은 물기가 주르륵 흘렀다.
 개구장이 동호는 무슨 비밀이야기라도 하듯 속삭였다. “추석 때 집에서 형이랑만 놀아요”
 아빠는 동원이가 초등학교 1년때 밀린 월급을 받으러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6개월 뒤 엄마마저 아장 걷는 동생을 남겨두고 떠났다.
 남루한 생활 속, 그래도 아이들은 자랐다. 키작던 꼬마는 170cm이 넘는 소년으로 훌쩍 컸다.
 동원이네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30만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올 4월 은행빚 4500만원에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
 두칸짜리 사글세방으로 옮겼는데 할머니는 올 겨울 나기가 캄캄하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밤마다 동네를 누빈다. 한달내 20원짜리 빈병을 주우면 5000~7000원이 된다. 그 쌈짓돈이 형제의 한달 용돈이다.
 “내가 우리집 고물장사 사장이고 빈병 잘 줍는 이눔 막내가 부사장이라우” 할아버지의 너털웃음이 갈라졌다.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할아버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이틀째 공사판에 나갔다.
 경비일이라도 보면 하루 5만원 벌이는 되기 때문.
 “그저 큰애 고등학교 졸업이라도 하는 것 보고 가야 하는데…” 할머니가 또 울었다.
 동원이의 꿈은 요리사다. 할머니 어깨 넘어로 본 풍월에 “음식 만들때가 가장 행복”하다. “형아가 만든 김치 볶음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동호는 “박지성 같은축구선수”가 기필코 되겠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 선뜻한 가을바람이 불었는데 두 형제는 맨발에 얇은 반팔이었다.  /이지혜기자 hok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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