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달라도 마음 통하는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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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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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부 40여명 포항여성문화회관`한자리’
추석 차례상차리기·예절교육으로 情나눠


 
▶지난 2일 오전 포항시여성문화회관에서 열린 `외국인주부 한국 전통문화 추석 체험’에 참가한 외국인 주부들이 한복을 입고 옷고름을 매만지고 있다. 이날 홍필남 포항시의원이 전통예절과 추석 차례상차리기 등을 강의했다.
 


  “한국 추석 상차리기는 어렵지만 배우고 나니 자신감이 생겨요.”
 “이번 추석에는 아빠식구들(시댁식구)에게 며느리로서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 아주 기뻐요.”
 지난 2일 오전 포항시여성문화회관 강의실.
 포항으로 시집 온 20여명의 외국인 주부들의 눈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낯선 한국의 예절과 호칭 그리고 추석 차례상차리기를 배우기 위해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몇일 앞두고 지역 외국인 이주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포항시여성문화회관이 외국인 주부 40여명을 두 팀으로 나눠 초청, 기본적인 예절과 추석 차례상을 미리 차려보는 이색적인 행사를 마련했다.
 외국인 주부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추석문화를 가르쳐 국내 적응을 돕기 위한 행사다.
 수업 전 주부들의 표정에서 기대감과 설레임이 역력했다.
 한국 이름까지 얻었지만 한국생활 갓 3개월째인 중국인 장유미(24)씨는 “아직 추석이 뭔지 몰라요. 한국 엄마(시어머니)랑 시장도 갈거예요. 남편은 고생돼도 참으라고 했어요”라고 추석 명절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일본에도 추석은 있지만 점점 전통음식을 직접 만드는 것은 사라지는 추세고, 한국에서도 전통적인 행사를 배우지 못했다”는 엔도미도리(39·장기면)씨도 “이번 교육기회가 아주 고맙다”고 말했다.
 홍필남(56·용흥동) 포항시의원이 강사로 나섰다.
 이날 홍 강사는 “음력으로 8월 15일이 한가위다. 가을달이 밝은 달이라 추석이라고도 한다”며 “어색하긴 하겠지만, 형식에 얽매이는 것보다 정성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부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조상에 대한 제사와 명절의 차례는 다르다. 차례상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인 차림은 비슷하다”고 조언한 뒤 기본적인 추석상 차리기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병풍은 북쪽을 향해치고 상을 편 후 흰종이를 덮었다. 이어 가장 위쪽 한가운데에 신위(지방)을 놓고 양쪽에 촛대를 세웠다.
 지방에서 가장 가까운 1열에는 시접(숟가락과 젓가락을 놓는 제기) 잔반(잔과 받침) 송편을 놓았다.
 이젠 완전한 한국인 며느리 역할을 자신하는 필리핀인 황릴리벳(38·환여동)씨는 옆에 앉은 중국인 새댁에게 “추석때는 송편을, 설날에는 떡국을 만든다”고 아는 체를 했다.
 홍 의원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의지할 자리(신위)를 중심으로 제주가 앉아서 오른쪽은 동쪽, 왼쪽은 서쪽으로 생각하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2열은 서쪽부터 국수 육적, 전, 소적, 어적, 어전, 송편을, 3열에는 탕을 놓는다.
 4열에는 포를 놓고 가장 오른쪽에는 식혜를 놓는다. 홍 의원은 “이를 일컬어 좌포우혜라 한다”고 차근차근 알려줬다.
 5열에 과일을 놓으며 “이때 과일종류는 홀수로 놓는다. 배열은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라는 원칙에 따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례상 맨앞에는 술, 잔, 퇴주그릇, 향로, 향합, 모래를 담는 모사그릇 등을 놓았다.
 한글로 직접 자기 이름을 쓸 만큼 우리말에 능숙했지만, 정작 한국전통문화를 배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간다 메구미(36)씨도 홍 강사의 설명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며 필기하기에 정성을 쏟았다.
   이어지는 생활예절에 관한 강의.
 홍 강사는 “예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당연히 해야 할 바를 규범으로 정한 것이다”며 “자기관리와 대인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가르쳤다.
 가장 중요하게 설명한 것은 공손한 자세.
 공수(拱手)를 비롯해 한복 입는 법, 절하는 요령과 횟수까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홍 강사는 “절은 상대편에 공경을 나타내 보이는 기초적인 행동 예절이고 인사다”며 방석앉는 법과, 경례, 악수 등 인사법까지 직접 행동으로 보여줬다.
 유심히 듣고 있던 결혼 12년차인 지모토 유키코(38)씨는 옆에 앉은 중국인 새댁 섬리리(25·오천읍)에게 “어른을 만나거나 의식행사에 참석하면 공손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 뒤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잡아보였다.
 필기한 것을 꼼꼼히 살피던 베트남 출신의 람티김안(22·송라면)씨는 “추석 차례상과 예절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한국문화에 더 빨리 익숙해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릴리벳(38)씨는 “한국 명절이 주부에게 분명 힘든 시기이지만 남편이 도와주면 쉽게 이겨낼 수 있다”며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함께 영양가 높고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을 즐길 필요가 있다”고 다른 외국인 며느리들에게 조언했다.
 포항시여성문화회관 이명숙 계장은 “올 5월 처음 실시한 이 행사는 외국인 주부들의 국내 적응을 돕는 것 외에도 시어머니와 서먹서먹했던 고부 관계를 풀어주는 `일석이조’ 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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