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례 송편이 상징하듯 쌀을 둘러싼 우리 민족의 정서는 남다르다.쌀 한 톨을 만들어내려면 해마다 88번 보살피는 정성이 필요하다고 한다.마치 자식 키우듯 몇 천년동안 이런 마음가짐으로 쌀 농사를 지어왔다.척박한 농토와 수탈에 시달린 탓에 `이밥에 고깃국’이 평생의 소원이던 우리 선조들이다.
그렇게 소중하던 쌀이 이제는 흠집 투성이가 되고 있다. 쌀을 마구 섞어 파니 내고장 쌀맛도 이제는 잊을 지경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604개 브랜드 쌀 가운데 600개가 다른 품종과 뒤섞여 팔리고 있는 까닭이다.`순혈’브랜드는 단 4개 뿐이라니 헛김이 빠지는 느낌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혼입률이 47%다. 경북은 한술 더 떠 56%로 가장 혼입률이 높다. 경북은 지난해에도 명예롭지 못한 1등을 했었다. 이래서야 브랜드 쌀이라고 제아무리 목청을 높여본들 믿을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잖아도 브랜드 쌀의 `난립’이 혼란스럽더니 이제는 믿음을 접어야 할까보다.외국에서 들여온 쌀을 섞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얼마전 `100%참기름’이 이름과는 달라 덜미를 잡힌 일이 있었다. 참기름만큼 `보증’이 많이 붙는 식품도 드물다.`정말-순-진짜-참기름’이라며 판다는데 여기에 `100%’가 하나더 붙었어도 믿음은 그만큼 더 떨어지고 말았다. 혼입률 높은 브랜드 쌀과 `정말-순-진짜-100% 참기름’이 아닌 참기름과 뭐가 다른가? 그런데도 농림부는 단 한번도 적발한 일이 없다고 한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