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배첩쟁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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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배첩쟁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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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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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신흥동 미술화랑표구사 대표 박경원시가 배첩을 하기위해 작품과 한지에 풀칠을 하고 있다.


 포항 육거리 `미술화랑표구사’박경원씨
“15살 배첩을 접해, 평생 인연의 끈이어”
 36년간 외길…작품수만 무려 30000여점



 포항 육거리에서 서쪽 서산터널 방면으로 가다 `서산사거리’신호등을 건너자 마자, 남쪽을 바라보면  길가에 `미술화랑표구사’란 큰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낡은 고서화와 각종 병풍 등이 진열되어 있는 이 곳은 평생 배첩을 천직으로 알고 한지와 비단을 붙이고 자르길 36년간 해온 속칭`배쟁이’ 박경원(52)씨가 액자와 족자를 만들고 병풍 등을 제작하는 배첩작업장 겸 서화전시장.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놀고 있던 1971년,15살 되던 해에 고향 친지의 소개로 부산 대신동의 청아당표구사에서 처음 배첩을 배우게 된 것이 평생 놓지 못하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박씨는 손에 물집이 생기고 터지길 수십번, 남들이 10년에 걸쳐 배울 배첩을 4년만에 주인의 솜씨를 능가할 정도로 모든 작업과정을 마친 태고난 배쟁이다.
 배첩에 욕심이 생긴 그는 75년 2월 이름있는 `배접쟁이’들이 다 모여 있다는 서울 인사동 `신미서화’표구사에 입사, 2여년간 새로운 배첩 기술을 제대로 익히게 되었다며 힘들었던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77년 다시 부산으로 내려와 초량동에 스승의 점포 이름을 그대로 딴 `신미서화’표구사를 차렸다.
 너무 어려서인지 일감이 적어 힘들어 하던 때에 표구를 해간 인연으로 알게 된 지인이 어느 날 찾아와서 `포항의 표구시장이 좋더라’라고 한 말을 듣고 80년 부산의 점포를 정리하고, 포항 육거리 한일은행(현재 우리은행) 뒤 동양화랑의 작업장 한켠을 빌려 직접 일감을 주문받아가면서 작품과 한지, 한지에 비단을 붙이고 자르는 배첩작업을 세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했다.
 박씨는 현재 포항에서 배첩에서부터 틀을 짜는 목공작업까지의 모든 과정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쟁이 중에 가장 오랫동안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오직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고집쟁이 배첩장이다.
 처음 박씨에게 배첩을 가르쳐 준 스승 진이근씨는 현재 부산의 `진화랑’대표로 이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는 “스승 진이근씨가 늘 뛰어난 배쟁이는 배첩은 물론 한문과 역사에 대한 지식이 남달라야 하고 고서화나 골동품도 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 엄격한 가르침이 초보이긴 하지만 배첩장으로서 고서화나 골동품을 감정할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현재 그는 고서화, 병풍, 탱화 등의 미술작품을 전문가들 못지 않게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는 눈을 가진 유능한 배첩장으로 컸다.
 포항시내에 8곳뿐인 표구사는 심한 불경기로 일거리가 없어 다들 힘든 걸로 안다.
 하지만 그의 미술화랑표구사는 일거리가 끓이질 않는다. 때로는 한달 정도 일감이 넘쳐나 밤샘 작업을 해야할 정도로 바쁘다.
 이 표구사에 일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배첩 솜씨 때문이다.
 가끔은 바보처럼 열심히 일만한게 후회스럽기도 하다는 그는 학벌도 없으면서 지금까지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배첩을 배운 덕택이라고 말했다.
 그가 포항에서 자신이 만든 배첩으로 연 첫 전시회는 지난 1980년 12월 포항묵화회 창립회원전. 이 전시회의 작품들에 대해 89년까지 10년 동안 매회마다 약 60~80여점씩 배첩을 했왔다.
 그는 또 80년 11월 포항묵림회 창립회원전의 배첩을 해준 인연으로 지난 2003년까지 14년간 이전시회의 출품작 전부를 도맡아서 배첩을 했다.
 또한 포항의 양대 서예대전인 `영일만서예대전’과 `포항서예대전’의 작품에 대해 배첩과 전시작업을 가진 경력의 소유자다.
 특히 그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영일만 서예대전의 작품 300여점을 휼륭하게 배첩작업을 해줘 작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36년간 그의 손을 거친 배첩 및 표구 작품수는 단체전시회 작품 1만여점을 비롯, 개인전시회 100여회에 5000여점.
 그리고 개인적으로 한·두 점씩 해준 표구까지 합치면 총 3만여점은 넘을 것이라는 게 30년간 그의 일등조수 노릇을 해온 아내의 말이다.
 하지만 요즘 그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다.
 그가 회의를 갖는 가장 큰 원인은 요즘들어 배첩이나 표구 기술을 배울려는 젊은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일을 가업으로 물려 줄 자식도 후계자도 없어 서글프다는 것. 힘들고 돈안되는 일을 누가 배우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월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는 표구사를 볼 때와 우수한 배첩장의 배첩 기술을 전수받을 사람이 없어 표구사가 점차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요즘들어 씁쓸한 기분이 자주 든다는 그는 “우리나라의 많은 전통기술 중에서 세계에서 최고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배첩이 국민들의 관심과 당국의 지원으로 전수자들이 양성되어 맥이 끓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간절히 바랐다.
 
 ☆배첩이란?
 그림이나 동양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면 표구나 배접 등의 말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흔히 배접이라고 부르지만 배첩(褙貼)이 옳은 말이다.
 배첩은 말 그대로 서화의 뒷(背)면에 옷(衣)을 붙이는(貼) 작업이다.
 일본에서 들어온 표구(表具)라는 말이 액자, 병품, 족자 등을 제작하는 작업만을 가리키는 데 비해 배첩은 단순 표구 작업에서부터 전통 서화처리법으로 오래된 서화를 되살리고 보존하는 작업까지 통틀어 말한다.
 이 기술은 세계서 한국이 최고지만 앞으로 이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맥이 끓일까 걱정이다.
 배첩장은 정부나 전국 자치단체 지원으로 전수자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
  /강동진기자 d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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