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거와 산불
  • 경북도민일보
기고)선거와 산불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0.0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 기 연
(영주국유림관리소장)


 산불 예방과 진화업무를 담당하는 산림청 관계자로서 금년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금년 3월까지는 예상치 않은 강설과 잦은 비로 산불이 예년대비 31% 수준에 불과하여 출발은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산불에 있어서 그동안 유지되는 `선거 있는 짝수 해’ 산불발생 징크스가 있어 한편 걱정이다.
 `선거 있는 짝수 해’에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대형 산불이 많이 발생하였다. 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1996년 4월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하여 3700ha의 산림이 소실되었다. 4년 후인 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렸던 2000년 4월에는 고성산불의 6배나 되는 면적(2만3400ha)의 산불이 경북 울진, 강원 강릉, 고성, 동해, 삼척에서 발생하여 귀중한 백두대간 산림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17대 의원선거가 개최된 2004년도 어김없이 강원 속초,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시기에는 기억에 남을 산불이 발생한다는 반갑지 않은 선례가 생겼다.
 금년에는 2010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개최된다. 제2회 전국 지방선거가 개최되었던 1998년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산불 당국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는 금년 3만 명 산불감시 인력을 산림주변에 배치하고, 감시초소 3300곳, 무인감시 카메라 580여 대를 설치하여 총력적인 산불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력과 예산을 집중 투입하여 정부 차원에서 산불 대응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지만, 긴장해야 할 `선거의 해’에 각별한 산불 대응이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보궐선거 이외의 대통령, 국회의원 및 시도지사 선출 등을 위한 주요선거는 대개 짝수 해에 열린다. 선거가 있는 해에 특별히 산림이 메마르고 비가 적게 오는 것도 아닐 것이기에 기후 요인이 선거의 해 산불 발생이 증가하는 요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소각이 전체 산불 발생의 71%를 차지한다. 사람들이 등산을 하거나, 산림 주변에서 농산폐기물을 태우는 사례가 산불로 종종 이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산불예방은 인위적으로 산불발생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등산객에게 담뱃불을 등산로에 버리지 말 것을 계도하고, 봄철에 농촌 주민이 논밭두렁을 태우는 행위를 산불 당국에서 현장 단속하는 일이 예방활동의 주요 내용이다. 현장단속은 지역 주민을 산불감시원으로 고용하여 불 피우는 행위를 단속하고, 산림청, 지자체 관계공무원들이 주말에 현지에 배치되어 이루어진다.
 이러한 인력에 의한 예방활동들이 선거철에는 원활하게 추진되는 것이 어렵고, 적극적인 단속 의지가 다소 이완될 수 있다. 지역주민의 소각행위를 단속하여 심지어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상적인 산불예방활동은 민원을 야기시켜 선거를 앞둔 지자체 단체장에 부담이 될 개연성이 있다. 또한, 도지사 뿐 아니라 교육위원 선출까지 동시에 이루어져 지방선거 관리업무에 공무원들이 대거 투입되어 산불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과거 주요 선거가 있었던 해에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례는 이완된 산불예방 활동 분위기가 한몫 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선거가 산불예방 의지를 약화시키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선거 와중에 실종된 산불예방 활동으로 만일에라도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면 흉흉해진 민심은 지역 정치인을 탓할 것이다. 산불이 한번 발생하면 제대로 된 산림으로 복구하는 데는 수십 년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선거 기간 중 산불예방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결코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산불 당국, 지자체 그리고 주민 간 유기적 협력으로 `선거 있는 짝수 해’ 산불징크스가 깨지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