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민국(大學民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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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민국(大學民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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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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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시 종 (시인)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인의 교육기회는 현재 한국국민의 교육율의 5%에도 훨씬 못 미치는 교육의 불모지대에 살았다.  4년제 대학은 유일하게 경성제국대학(1924년 설립)이 있었고, 한해 입학정원은 1000명이었고, 조선인은 100명 뽑았다. 경성제국대학이 설립된 것은 조선에 사는 일본인 자제의 교육과 민립대학 운동을 와해시키기 위해 급조된 것이었다. 당시 한반도 안에는 연희전문, 이화여전 등 10개 안팎의 전문학교(전문대학)이 있을 뿐이어서 대학생이나 전문학생은 인간문화재(?)보다 인기가 높았다. 실력, 재력을 다 갖추어야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어려운 여건의 조선인에게도 꿈을 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 정규 학교를 못 나왔어도 실력만 되면 도전할 수 있는 `조선변호사시험’과 `의사검정고시’가 있어 두뇌가 뛰어난 인재는 시험합격을 통해 사회적 신분상승이 가능했다. 필자도 청소년 시절에 `조선변호사시험’과 `의사검정고시’를 통과한 입지전적인 인물을 멀리서 나마 바라보고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요사이 로스쿨이 생겨 몇 년 뒤면 사법시험이 박물관 속의 유물로 사라지게 됐다. 국졸의 수재가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부장판사까지 되고 국회의원이 되어 돈이 없어도 꿈을 펼 수 있다는 참신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얼마 전 신문엔 외무고시가 폐지된다더니, 며칠 뒤 신문엔 행정고시 합격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은 전문가 중에서 특채한단다.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는 완전무결한 것은 하나도 없다.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를 그대로 두어 대학에 비싼 등록금을 안내도 두뇌가 명석하여 독학으로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전문대학원을 마친 사람에게만 기회를 준다면 대학까지 등록금만 해도 만만찮은데, 대학원 3~4년간 비싼 등록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면 학부형의 등은 등록금 무게 때문에 새우처럼 휘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원만 나오면 안 될 것이 없는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이 아니다. 대학교수도 완전무결한 절대적인 인간이 아니다. 대학원도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세상만사를 대학위주, 대학원 중심으로 풀어 나가면 없는 사람에겐 이 땅에서 영원히 기회와 희망이 사라지고 난동·폭거도 서슴치 않는 절망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일정한 정규교육을 못 받았어도 독학을 한 사람에겐 국가가 엄정한 검정을 거쳐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교사 임용의 경우를 보자. 교사양성도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교직과정 이수자로 국한해선 안된다. 초등교육의 경우는 초등교육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교육대학 출신 교사로 국한하더라도 중등 교사의 경우는 국가가 중등교사자격시험을 시행하여 교사자원을 발굴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한 자는 발령을 내주어 중등교사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양성되어야 학생들의 인성교육도 다양해 질 것이다. 국가가 중등교사자격시험을 실시하려 한다면 기존의 사범대학이 격렬하게 반대 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범대학출신교사 자격증 소지자만 해도 임용고사 경쟁률이 치열한데, 웬 객군을 들이대느냐고 길길이 뛸 것이다. 하지만 중등교사 양성은 사범대학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사범대학을 못 나왔어도 자격요건을 갖춘 이에겐 문호를 개방하고, 균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대학만 쳐다보는 나라 대학만 의존하는 국민은 장래가 없다. 사범대학출신이 아니어도 교사자격증이 있고 임용고사에 합격한 사람을 교육계에 맞이하여 폐쇄적인 사범교육을 받은 교사와 함께 근무하게 하여 교육계에 새로운 수혈이 이루어지게 되면 교육의 발전과 국가발전이 더욱 확실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대학만능의 `대학민국’에서 국호인 `대한민국’을 회복해야 한다. 대학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분명 사람이 대학을 위해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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