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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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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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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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동아시아 연구자 마루카와 데쓰시 교수 `냉전문화론’ 출간
1945년 이후 일본의 영화·문학에 스며든 냉전의 의미 담아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됐던 프랑스와 독일이 화해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의 철저한 과거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은 채 끊임없는 망언 등으로 아시아 피해국들에 상처를 주고 있다.
 2차대전 전범인 일본이 아시아 침략의 역사를 그토록 편하게 잊을 수 있었던 것은 냉전체제 덕분이었다. 일본은 냉전체제하에서 과거를 망각했다.
 전쟁으로 몰락한 일본이 다시 경제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 역시 동아시아냉전체제를 공고히 한 한국전쟁이었다.
 일본의 동아시아 연구자인 마루카와 데쓰시 메이지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저서 `냉전문화론’(너머북스 펴냄)에서 일본인들에게 과연 냉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답을 찾아 나선다.
 마루카와 교수는 그 답을 얻기 위해 1945년 이후 일본의 영화와 문학이 한국전쟁과 동아시아의 냉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망각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미국에서 한국전쟁이 흔히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리는 것처럼 영화, 문학작품 등 일본의 주류 문화에서 한국전쟁은 1950년대 전후 일본의 풍경을 묘사하는 일부로 기억되고 소비되어 왔다.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한국인을 비롯해 동아시아인들에게 냉전은 고통과 아픔의 시간이었지만, 일본인들에게 냉전은 전후 민주주의와 고도성장을 이룬, 아름다웠던 시절의 이야기로 기억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냉전체제하에서 일본이 차지한 특권적 위치를 반성적으로 돌아보면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서는 “한국전쟁의 기억을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의 시간성을 우리가 살고 있다는 자각, 이른바 일본의 `전후’를 `한국전쟁 후’로 대체하는 작업이 요청된다”고 역설한다.
 일본의 도를 넘어서는 북한 혐오와 `북한 때리기’에도 우려를 나타낸다. 일본이자칫 냉전과 그 이전의 식민지 역사를 잊고 자신을 스스로 피해자로 생각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일본의 아시아 침략의 역사가 냉전 체제의 원인이었던 만큼 냉전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인식이야말로 과거사 반성과 청산의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1990년대 일본 지식인 사회에 세계적인 탈냉전의 분위기를 타고 과거사를 반성하고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동아시아에서 냉전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기본적인 상황 판단이 희박했다”고 지적한다.
 장세진 옮김. 344쪽.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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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에 짓밟힌 인간문명, 철학적 고뇌로 읊조리다
 
박이문 시집 `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출간
 
 
  “남의 생명을 죽이지 않고 살 수 없을까/잔인하지 않고 착할 수 없을까/존엄성에 어긋나지 않고 생명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을까/비인간적이지 않고 인간적일 수 없을까”(`생태계’ 중)
 철학자 겸 시인인 박이문(80) 포항공대 및 미국 시몬스대 명예교수의 시집 `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미다스북스 펴냄)가 출간됐다.
 박 교수는 철학, 미학, 생태학 등 여러 분야에서 저작을 남긴 석학이면서 노년기에 시 창작에 큰 정성을 쏟고 있는 시인이다.
 이번 시집에 담긴 96편의 시 대부분은 2006년 여름부터 올해 가을 사이에 쓴 것이며 14편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반 발표했던 작품 중 일부다.
 생명, 일상, 인생, 이국 그리고 서정 등 크게 4부로 나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인간의 광기로 말미암은 자연의 파괴에 안타까워하며 인간 문명을 고발한다.
 “분노에 찬 어린 코끼리들은 물건, 동물, 사람도, 집도, 먹을 것도, 먹지 못할 것도, 그리고 또 그들의 사육사들까지도 코로 올려 높이 공중에 던지고, 땅에 떨어지면 바윗돌 같은 발로 밟아 죽인다 부모의 따뜻한 보호, 사랑도 없이 자란 분노 때문이란다 아비 어미의 가정교육도 없이 자란 정신적 상처 때문이란다 사람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 중)
 자연과 인간에 대한 시인의 사유는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철학적 고뇌로 이어지고, 시와 삶의 의미를 자문한다.
 “지금까지 내가 정말/바란 것은 무엇이었던가/아무리 뒤돌아 더듬어 보아도/나는 모른다/나는 그냥 살았다//(중략)//백발인 지금도 나는/나 자신도 모르는 시만 그냥 쓰고 산다”(`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중)
 하지만 시인은 “불바다 지옥이 된 악몽” 같은 세계 속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부정하기보다는 이를 “우주의 의식”으로 받아들인다.
 “태어남과 사라짐이 자연의 의식이라면/삶과 죽음은 우주의 의식이고/삶과 죽음이 존재의 또 다른 의식이라면/기쁨과 슬픔도 무한한 공백의 의식이다/오늘 내가 인간의 예의를 갖추려고/친구 조문을 왔다면/내일 나는 조문 온 친구의/분향의 향기를즐길 것이다”(`바람직한 삶과 죽음’ 중)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해설에서 “철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고, 과학으로의 논리를 세워줄 수 있었지만, 생명의 근원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었고, 그 상황은 오늘날 한층 명백해졌다”며 “철학자 박이문의 시는 그 엄정한 현장으로 우리의 심금을 사로잡는다”고 말했다. 192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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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으로 빚어낸 세상 풍경

최일남 산문집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출간
 
 
 언론인 출신 원로 소설가 최일남(78) 씨가 산문집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문학의문학)를 출간했다.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 이후 4년 만에 펴낸 이번 산문집은 작가가 그동안 발표한 각종 칼럼과 에세이를 모은 것으로, 오랜 연륜으로 바라보고 명문장으로 빚어낸 세상 풍경 19편이 담겼다.
 팔십 세를 바라보는 노작가는 세상을 날카로운 현실 인식으로 바라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다. 가벼운 요즘 세태가 못마땅한 듯도 하지만 이내 여유롭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괜찮다. 괜찮다. 눈곱만큼도 섭섭하지 않다. 젊음은 그렇게 양양한 앞길을 개척하는 거다. 나는 줄창 품고 지낸 구닥다리 노래와 옛정을 계속 누릴 작정이다. 어차피 신정(新情)을 탐할 시간도 없으므로.”(70쪽)
 책에 실린 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 이야기다. 저자는 책에서 사람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며 삶을 들여다본다.
 “역사가 공공의 재산이라면 개개인의 삶은 필경 사람에 대한 기억과 사연으로 점철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따라서 잠 안 오는 밤이 적적하지 않다. 시척지근한 회상에 갈수록 느는 능청을 입힌 까닭이다. 머릿속에 가득 저장해 둔 인물을 무작위로골라 수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5쪽)
 언론인 출신이자 소설집 `서울사람들’ `누님의 겨울’ `석류’, 장편소설 `거룩한흥달’ `하얀손’ `만년필과 파피루스’ 등을 펴낸 그는 이 책에서도 조세형, 김중배, 최정호, 정운영, 이규태, 하근찬, 김소운 등 기자로서, 소설가로서 만난 이들에 얽힌 추억을 짚는다.
 296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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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만나는 철학…`철학과 함께하는 50일’출간  
 
  “당신은 크리스티나가 당신의 친구인 머라이어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당신은 머라이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도 안다. 크리스티나가 당신에게 머라이어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이 진실을 말한다면 크리스티나는 머라이어를 찾아가 죽일 것이다.”
 당신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진실을 말했을 때의 결과는 끔찍하다. 당연히 당신은 머라이어가 어디에 있는지모른다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그것이 머라이어를 살리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보기에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칸트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도덕의 근본 원리인 `정언명령(定言命令)’이기 때문이다. 조건과 결과에 상관없이 누구나 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 칸트가 말하는 정언명령이다.
 따라서 칸트의 정언명령에 따르면 친구인 머라이어가 죽는다 해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신간 `철학과 함께하는 50일’(북로드 펴냄)은 칸트의 정언명령을 비롯해 철학의 주요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 철학 교양서다.
 저자인 벤 뒤프레는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에서부터 게임이론 중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에 이르기까지 50가지 철학의 핵심 주제를 현실 문제와 영화, 책, 음악, 미술이야기 등에 녹여 재미있게 설명한다.
 50가지에 이르는 철학의 핵심 개념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내려 하다 보니 내용이 깊진 않지만, 철학 하면 왠지 머리 아프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입문서다.
 이정우·임상훈 옮김. 320쪽. 1만5000원.
 
 
 
                             >>신간
 
 ▲사랑은 대단한 게 아니다 = 브리지트 지로 지음. 배영란 옮김. 사랑에 대한 열한 개의 이야기를 묶은 2007년 프랑스 공쿠르 단편문학상 수상작.
 `콩깍지’가 벗겨져 연인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사람들, 어떤 말과 행동도 사랑스럽던 상대의 모든 것이 짜증스러워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실적인 에세이처럼 사랑의 심리를 섬세하고 현실적으로 그렸다.
 “확실한 건 그에게서 정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사람들은 보통 정이 들었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이 들수록 사랑이 식어간단 뜻인가? 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정이 들었다는 건 욕구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13쪽)
 솔. 148쪽. 8천800원.
 
 ▲노아의 나침반 = 앤 타일러 지음. 변용란 옮김. 1989년 `종이시계’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여성작가의 장편소설.
 삶에 대한 열정과 의욕 없이 하루하루 2류 학교의 교사로 살아온 주인공 리엄 페니웰이 어느 날 강도의 습격을 받고 그날 밤의 기억을 잃어버린다. 하룻밤의 기억을 되찾고자 애쓰는 과정에서 그는 사랑을, 상처를 외면하고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고 삶에 새로운 눈을 뜬다.
 살림. 368쪽. 1만2천원.
 
 ▲태어나서 미안합니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7명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참마죽’ `톱니바퀴’와 다자이 오사무의 `피부와 마음’ `다스 게마이네’를 비롯해 다나카 히데미쓰, 아리시마 다케오, 하라 다미키, 구사카요코 등의 단편을 묶었다.
 제목 `태어나서 미안합니다’는 다자이 오사무의 산문 `20세기 기수’에 나오는 문구다. 일본이 근대 봉건국가를 거쳐 제국주의로 급변하던 시기에 극단적 선택을 한 작가들의 고뇌와 불안이 엿보인다.
 문학사상. 412쪽. 1만2천800원.
 
 ▲단테의 손 = 닉 토시즈 지음. 홍성영 옮김. 단테가 `신곡’을 집필한 14세기와21세기 뉴욕 암흑가를 교차시킨 스릴러로 주목받은 미국 소설.
 2001년, `신곡’의 단테 친필 원고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를 손에 넣으려는 자들의 음모와 죽고 죽이는 다툼이 벌어진다. 700년전 단테가 `신곡’을 써내려간 16년간의 여정이 이와 맞물리며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책. 36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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