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선생님’의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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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선생님’의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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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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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모습을 TV에서 우연히 봤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꼬부랑글자’를  처음 배운 때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였다.주변에 알파벳이라도 가르쳐 줄 사람도 없었거니와 그걸 미리 배우겠다고 나설 생각도 못했다. 도시 중학교에 진학하고나서야  뒤떨어진 영어공부를 하느라고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생각이 난다. 그러니 요즘 어린이들은 6~7년 이상 일찍 영어를 배우는 셈이다. 언어는 어릴수록 배우는 속도가 빠르니 좋은 현상이기도 하다.
 엉터리 한국식 영어를 모아놓은 사전을 보면 `로맨티스트’가 나온다. 요즘처럼 눈오는 날 제대로 분위기를 잡는 낭만주의자가 되려면 `romanticist’라야 바른 영어다. `로봇 애니메이션(robot animation)’이란 것도 있다. 웬만한 사람이면 두 낱말 정도는 다 안다. 때문에 `로봇이 주인공인 만화영화’쯤으로 쉽사리 알아듣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답은 영 틀리다. `로봇을 움직이는 기술’이란 뜻이라고 한다.
 대구시내 초등학교 21곳에 `로봇 영어보조교사’를 `발령’했다는 소식이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정작 `첫 수업’은 실패작에 가까웠던가 보다. 제대로 수업이 된 곳은 7개교뿐이고 나머지 14개교는 `먹통’아니면 끊김현상이 잦아 큰 도움이 되지 못한 모양이다.`로봇 애니메이션’이 부족해서 그랬나?  원인은 예산배정이 늦어 로봇을 작동시킬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였다는 얘기다. 동력을 전달하는 광케이블도 깔지 않은데다, 부품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니 무엇을 믿고 이런 수업을 시도했는지 그 속내를 알고 싶어진다. 이 망신살이 뻗친 사태의 직접원인은 예산국회의 파행이라고 한다. 싸움질 좋아하는 이 나라 국회의원들이 `똑똑한 로봇’만 망신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두 눈을 반짝이며 기대가 컸을 어린이들의 실망 또한 그만큼 컸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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