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달린 더듬이를 곧추 세우기는 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아닌지 알 수 없을만큼 느린 걸음이 달팽이걸음이다. J.프레베르의 시를 산문체로 간추려 본다.`아름다운 가을 저녁에 달팽이 두 마리가 `낙엽 장례식’에 가려고 길을 떠났다. 검은 상복 차림으로 도착해보니 겨울이 지나 봄이었다. 죽었던 나뭇잎들이 모두 되살아나 있어 두 달팽이는 크게 낙망했다.’
이를 미뤄봐도 달팽이의 이동속도가 얼마나 느려터진지 알만하다. 이와 난형난제(難兄難弟)인 도로공사가 지난 연말에 겨우 끝났다. 동해안 171㎞를 잇는 7번 국도다. 지난 연말이라고 해봤자 닷새 전이다. 어쨌든 1989년 포항 흥해에서 첫삽을 뜬 이래 22년 만이다. 그래도 1년이라도 공사기간을 줄이려고 서두른 탓인가? `23년 공사’는 겨우 면했다.
지도를 펴놓고 경북 동해안 쪽을 살펴보면 마치 `백지도’같다. 지리시간에 학습용으로 쓰던 바로 그 백지도다.서남해 쪽은 촘촘한 그물 같다. 구멍이 뻥뻥 뚫린 동해안과는 별천지다. 그런데도 이 곳에 `등뼈’랄만한 도로가 이제 서야 완공됐다. 4차선 확·포장 공사에 22년이나 걸렸으니 해도 너무 했다. 갓난아기가 22살 늠름한 청년으로 자라난 기간을 생각해보면 실감 날만한 기간이 아닌가. 그러니 `국도’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차라리 `달팽이 도로’라고나 해야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7번 국도 이야기를 하면 연초부터 혈압 오르는 사람 많아질까봐 이만 접는 게 낫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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