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출수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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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출수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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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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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는 그 생김새 탓에 곧잘 웃음거리가 된다.굵은 목, 짧은 다리와 꼬리,뚱뚱한 몸집, 기이하게 생긴 코 따위가 그 대상이다. 게다가 꽥꽥 내지르는 소리는 `돼지 멱 따는 소리’란 불명예를 자초한다.`돼지 앞에 진주’는 천격(賤格)을 이르는 속담이다.
 돼지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 품성을 그렇게 멸시하지 않는다. 존 로빈스가 그 한 사람이다. 존 로빈스는 아이스크림회사로 이름난 배스킨 로빈스의 하나 밖에 없는 상속자다. 그런 그가 보장된 모든 것을 박차버리고 식생활과 환경전문가의 길을 걷는다.그가 쓴 `음식혁명’에 무자비한 양돈업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양돈업자는  자신의 밥줄인 돼지를 천대하고 학대한다.그러나 이 양돈업자는 누구보다도 돼지를 사랑했던 사람임이 밝혀진다.영리하고 깔끔하며 사람을 좋아하는 품성을 사랑했다.
 이 돼지들이 요즘 떼죽음을 당하고 있어 사람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구제역 탓이다. 건강한 돼지도 `친구’ 잘못 둔 탓에 까닭도 모르고 세상을 등져야 한다. 그 돼지에 인생의 꿈을 걸었던 농장주는 그 마지막 모습에 말문이 막혀버리고 만다.
 구제역의 확산 속도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란 것을 꾸려 팔을 걷고 나섰지만 `소문난 잔치’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소뿐만 아니라 돼지도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한다는 게 유일한 업적이다. 이제서야 돼지 보는 눈을 높인 것인가. 경북도내 780여 곳에 소와 돼지가 매몰돼있다. 영천에서는 하루밤 사이에 한 구덩이에 2400마리를 한꺼번에 던져넣었다. 그 매몰지 곳곳에서 요즘 침출수가 악취를 풍기며 흘러나오고 있다. 참고 견디기 힘든 냄새다. 강추위 속에서도 이 지경이면 여름엔 어떨 것인가. 냄새뿐인가. 먹을거리를 기르는 땅과  마실 물은 어쩔 것인가.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돼지가  죽어서도 천대 받고 있다.   김용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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