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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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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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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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 시가지 거리에는 졸업생들이 온통 자기네끼리 교복과 모자에 허옇게 밀가루를 뿌려주고 뒤집어쓴 채 거리를 활보했다. 옷에는 날계란 칠갑을 하여 삼삼오오 쏘다니기도 했다. 3년 동안의 학교생활에서 억눌려온 억압감을 한꺼번에 훌훌 털어버리자는 `젊은 해방감’이었을 게다. 이와 같은 졸업식뒤풀이는 교복과 교모를 벗는 다는 데서 오는 시원함의 표현이자 젊음의 발산이기도 했다. 일제시대 때부터 있어온 졸업식날 풍경이었으며, 사회도 눈살 찡그리지 않고 웃으며 봐준 광경이었다. 적어도 60-70년대까지는 그랬다.
 그러던 졸업식뒤풀이는 80년대 들어서면서 점차 심해졌다. 면도칼로 교복을 갈가리 찢어 흉한 몰골로 거리를 활보하는가 하면 심하게 술에 취해 패싸움을 벌여 말썽을 빚기도 했다. 더러는 졸업식날의 뒤풀이가 화근이 되어 새봄 상급학교 진학의 꿈이 날아가버린 사건도 심심찮게 보도되었다. 그렇게 사회문제로 심각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해는 `알몸졸업빵’이란 해괴망측한 졸업뒤풀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기도 어느 여자중학교 졸업생 몇몇을 선배 고등학생들이 불러다가 알몸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시킨 게 `알몸졸업빵’이었다. 속옷을 벗는 장면부터 알몸이 되어 인간피라미드를 만든 형상까지의 동영상은 온 나라를 경악케 했다. 제주도에서는 바다에 빠트려 넣는 `졸업빵’도 있었다. 가까이서 일하던 해녀들이 구하지 않았다면 목숨까지 잃을 뻔한 폭력이었다.
 중고교 졸업시즌이 다가왔다. 내달 초순이면 일선 학교들은 저마다 졸업식을 하게 되고, 졸업식뒤풀이 관행은 여전히 극성을 부릴 것이다. 지난해의 `졸업빵’으로 우리 사회가 놀랐지만 뾰죽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와 교육과학기술부 경찰청이 `졸업빵’예방 공동대책을 마련했다. 학교 졸업식뒤풀이 후유증 예방에 정부가 나선 것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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