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수위 낮아져 모습 드러내
그대 가니 이 봄을 누구와 더불어 노닐고(君去春山誰共遊) 새 울고 꽃 떨어져 물만 홀로 흐르네(鳥啼花落水空流) 이 아침 물가에서 그대를 보내노니(今朝送別臨流水) 그리워 만나려면 물가로 다시 오리(他日相思來水頭)
지금으로부터 444년 전인 1562년 안동 예안 땅에 머물러 있던 퇴계 이황이 자신의 집에 며칠 머물다 떠나는 제자에게 읊어 주었다는 중국 당나라 시 구절이다.
퇴계가 이별을 아쉬워했던 제자는 귀암 이 정(李 楨.1512-1571)으로 그는 경주부윤으로 있으면서 퇴계를 찾아 가르침을 받곤 했다고 전해진다. 이 시가 다시 회자되는 것은 도산서원 근처 언덕의 큰 바위인 석간대(石澗臺)에 새겨져 있던 이 시가 최근 댐 수위가 다소 낮아지면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바위가 물에 잠긴 것은 안동댐이 준공됐던 지난 1976년께로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이다.
그래서인지 물 위로 드러난 바위는 대부분 흙에 묻혀 있어서 시가 새겨진 전체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다만 지난 1974년 물에 잠길 것에 대비해 바위에 새겨져 있던 시를 탁본한 뒤 10m 가량 위쪽에 있는 큰 바위에 다시 시를 새겨 놓은 것이 있어서 아쉬우나마 퇴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도산서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퇴계 선생이 읊으셨다는 시를 후대 사람들이 바위에 새겼다고 하는데 물에 잠긴 뒤 3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제자와 헤어짐을 무척이나 아쉬워하셨던 퇴계 선생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동/권재익기자 k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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