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부산과 경남지역 여중고생들이 11자가 4개 겹친 11월11일에 키 크고 날씬해지라며 빼빼로를 주고받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청소년들 사이의 그 유행을 상업적으로 재빨리 접목시킨 기업의 순발력도 주목되지만, 무슨 `날’이란 이름 때문에 제품 판매가 이렇게 늘어난다는 현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라서 재미를 보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다. 주지하듯 이날은 또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의 기반인 흙 토(土. 한자를 풀어 읽으면 11)자가 두 번 겹치다하여 정부가 지난 96년 당시까지의 권농일을 폐지하고 이날을 농업인의 날로 지정한 것이다. 벌써 10년도 넘게 매년 그래왔지만 거두는 것이 많은 이맘때 수확철이면 농민들은 거둠의 기쁨 대신 되레 부아만 불같이 피어오른다.
서울의 어떤 대형할인점에서는 햅쌀 특판행사로 올해산 고급쌀 판매 이벤트를 벌였는데 여기서 또 농민들을 환장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그 할인점 다른 코너에서 팔고 있는 개 사료보다 햅쌀값이 싸다. 그냥 싼 게 아니라 절반 정도라 한다. 농민들이 특판행사 중단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 쌀 안팔아도 좋다”는 거다. 한쪽은 매출이 올라 마냥 즐거운 빼빼로데이요, 한쪽은 벼농사 보호와 추곡수매를 요구하며 관공서 앞에다 애써 거둔 벼, 개사료 값도 안 되는 벼를 야적하는 시위를 벌여야 하는 현실이다. `농업인의 날’은 커녕 `환장할 날’쯤으로 명명함이 어떨까.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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