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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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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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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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한 몸 불태워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연탄과 촛불이 먼저 떠오른다.연탄은 열을, 촛불은 빛을 내어 `소신성인(燒身成仁)’한다. 연탄재는 그러고도 할일이 남았는지 눈길, 얼음길 위에 바스러져 어르신네들의 낙상을 막는것으로 마지막 사명을 다 한다. 엉덩이에 뿔난 인간보다 백배 나은 최후를 맞는 것이다.
 촛불과 연탄을 얘기하자면 가난이 또한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전등 밝힐 돈이 없어 촛불 켜놓고 공부하다 피로에 지쳐 잠든 사이에 일어난 불로 희생된 어느 학생이야기를 누가 벌써 잊을 것인가. 연탄 또한 영세민들의 안방 사신(死神)으로 경계 대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연탄재가 쓰레기의 43%를 차지했던 때가 멀지도 않다. 1988년의 일이다.이 발길 저 발길에 채여 여기 깨지고 저기 뭉개진 모습으로 나둥그러진 연탄재가 안쓰러웠던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고 안도현 시인은 일갈했다. 그는 이렇게 물었다.“너는/누구에게 한번 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도 기름값은 여전히 고공(高空)서커스를 즐기느라 딴 생각할 틈이 없나보다. 이럴 때 자주 듣던 용어가 있다. 주탄종유(主炭從油)다. 찬 바람 속에 연탄이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1장에 300원. 그러니 뭐니뭐니 해도 싼 맛에 모든 불편을 감내하게 된다.
 포항을 비롯해 도내 곳곳 연탄공장마다 주문이 밀려 즐거운 표정이다. 바다 건너 울릉도 또한 연탄공장은 바쁘다. 올겨울엔 8만1444장이 더 필요하다는 소식이다.연탄 보일러를 쓰는 집이 70가구가 더 늘어나 모두 150여 가구가 된 까닭이란다.
 이런 때일수록 연탄업자의 양심이 나들이를 해서는 안된다. 저질 연탄 만들어 배달료까지 챙기던 연탄업자가 생각나서 해보는 소리다. 아직도 우리 살림살이엔 연탄이 중요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탄불은 농사에도 필요하다.코밑이 새까만 군고구마 장수에게도 연탄불은 생명불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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