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동물학자 리처드 코니프는 얼마 전 화제가 된 `부자’란 책에서 세계적인 거부들의 행태를 동물의 본능적 행동과 연관시켜 파헤쳤다. 한 가지 예로, 부자들의 파티 행위를 탄자니아 우두머리 침팬지의 권력 유지 전략과 비교했다. 우두머리 침팬지는 암컷과 영향력있는 수컷들에게 파티를 열듯, 음식을 나눠주며 지배력을 다진다고 한다. 리처드는 연구를 위해 페라리 자동차를 빌려 거부들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부자들의 암호에 익숙치 못해 어설픈 연기는 이내 발각된다. 페라리가 렌터카란 것이 알려졌고 부자 흉내내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행히 부자들의 자선으로 프로젝트는 그럭저럭 수행됐다고 한다. `빌리어네어(Billionaires)’로 불리는 슈퍼부자의 가장 큰 특징은 초음속 스텔스 전폭기처럼 보통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다른 우주에 사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슈퍼부자 저택은 입구에서 본채까지 수백곒가 되는 집도 있다. 미국에선 부자 백인들의 거주지는 주로 시 외곽지역이다. 그런데 백인들이 시내와 교외를 이어주는 지하철 확장에 반대하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지하철이 연결되면 흑인들이 들어올 것이란 우려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평범한 부자’와 `슈퍼 부자’간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新)계급전쟁’으로 표현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계급 대립과는 다른 양상이다. 사회적 대립이 더욱 `무계급적’으로 되고 있다는 주장을 확인시켜 주는 현상일까. 리처드 코니프는 이런 현상도 우두머리 자리를 두고 다투는 동물의 본능적 영토 확보 싸움과 연관시킬지 모를 일이다. 어떤 인류학자는 “사회 집단은 스스로를 캡슐에 넣음으로써 시기심을 억제한다”고 했다. 황금 캡슐 같은 성채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지키려는 부자들의 군락적 폐쇄성이 남의 이야기만 아닌 듯하다.
/金鎬壽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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