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의 나’ 까다로운 도덕경을 공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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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의 나’ 까다로운 도덕경을 공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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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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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 작가 `못난이 老子’발간…소설 형태로 해설 시도
눈높이 낮춰 딱딱한 담론 뺀 개인 마음가짐 부분만 발췌
 
 
 노자의 `도덕경’은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고전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풀이하는 이의 관점에 따라 경전이 되기도 하고 정치사상서나 인생 지침서로도 포장된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송기원(64) 작가는 신간 `못난이 老子(노자)’(녹색평론사)에서 독특한 형식으로 `도덕경’에 접근한다. 소설이라는 도구로 `도덕경’ 해설을 시도한 것. 한때 5년간 `도(道)’를 찾아 계룡산과 히말라야를 헤맨 내공이 원동력이 됐다.
 송 작가는 머리말에서 “`못난이 노자’를 처음 쓰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드디어 그 끝을 맺게 되었다”며 “자칫 소설로도 보이고 `도덕경’에 대한 주석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저자는 19세의 고3 남학생을 `나’로 내세워 까다로운 `도덕경’ 공략에 나선다.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공부와는 담을 쌓은 인물이다. 아버지에게서 `인생을 종친 놈’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못난이’에 불과한 나는 반발심리로 노자에 빠져든다. 스스로 `못난이 노자’가 돼 `도덕경’을 살펴본다.
 “어른들이 노자에 대하여 쓴 어떤 글보다 열아홉살에 벌써 인생을 종친 못난이가 쓴 글을 노자할아버지는 제일 좋아할 것입니다. (중략) 노자할아버지는 어른보다는 어른이 아닌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자기의 모습에 가깝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입니다.”(20쪽)
 해석의 눈높이를 낮춘 저자는 술술 이야기를 풀어간다. 81장에 이르는 `도덕경’ 원문 가운데 정치, 경제 등 딱딱한 담론을 빼고 개인의 마음가짐과 관련된 부분만 발췌했다.
 소설은 저자가 자의적으로 나눈 12장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이뤄졌다. 1장은 `도를 도라고 말해버리면 이미 도가 아니다’가 주제이고 마지막 12장에서는 `도를 깨달은 사람은 도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겉으로 드러난 자신은 비록 공부도 못하고 잘생기지도 못했고 힘도 없지만, 그렇게 남들에게서 어느 하나 칭찬받을 것이 없는 못난이일 뿐이지만,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곳에 신비한 보물이 있는 것입니다.”(65쪽)
 저자는 장마다 도입부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 놓은 뒤 `못난이 노자’인 내가 생활 속 경험이나 친구 이야기 등으로 설명을 덧붙인다.  또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대목부터 아동문학가 권정생 작가의 유언장 등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 흡인력을 높여 나간다.
 1974년 등단한 저자는 머리말에서 “5년 남짓한 방황 끝에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깨달은 도란, 세상의 가장 훌륭한 스승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라며 “어디를 보아도 끔찍하고 참담하며 못난 것 투성이일 뿐인 자기 자신이며, 그런 자기 자신이 살아낸 똥 덩어리 같은 삶이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런 엉터리식으로 도를 깨달은 후에 나는 자신에 대하여 조금은 자유로워진 기분이었다”고 썼다. 276쪽. 1만2000원.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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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오싹한 추리소설이 쏟아진다
 
 
 무더운 여름, 오싹한 공포·추리 소설에 손이 가는 계절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조금씩 출간이 늘어나던 공포·추리소설이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아서 코난 도일의 미발표 단편을 묶은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 학교를 무대로 살인극이 펼쳐지는 `악의 교전’, 유머가 더해진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등이 최근 시선을 끄는 가운데 `까마귀의 엄지’(문학동네 펴냄) 등 흥미를 자극하는 신간이 계속해서 발간되고 있다.
 신간을 추려본다.
 
  ▲까마귀의 엄지 = 미치오 슈스케 지음. 유은정 옮김.
 추리 소설 특유의 긴박한 이야기는 기본. 재치있는 유머와 올해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의 필력까지 더해졌다.
 책은 제6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고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후보에도 올랐다. 최근에는 영화화가 결정되는 등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규모 사기극을 둘러싼 `루저’들의 이야기로, 젊을 때 사채 조직의 덫에 걸려 가족을 잃은 중년 남자 다케자와와 데쓰가 주인공이다. 소소한 사기를 치며 살아가는 두 사람은 소매치기 소녀 마히로와 우연히 만난다. 이들은 마히로의 언니 야히로, 야히로의 애인 간타로와 함께 좌충우돌하며 동거한다. 와중에 다케자와를 쫓는 사채조직의 위협이 갈수록 커진다. `루저 5인방’은 뒷골목 노하우를 모두 동원해 사채업자를 상대로 대형 사기극을 벌인다.
 경쾌한 문체가 이야기를 이끄는 가운데 복선이 담긴 작가의 말장난이 읽는 재미를 준다. 제목의 `까마귀’도 `검다’는 뜻의 일본어와 발음이 비슷한 `프로 사기꾼’을 뜻하는 은어다. 380쪽. 1만2000원.

  ▲내가 잠들기 전에 = S.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스릴러 소설계의 `떠오르는 별’로 꼽히는 작가의 신간으로, 참신한 줄거리와 반전이 돋보인다. 이미 37개국에서 번역됐고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크리스틴은 침대에 낯선 남자와 누운 채 아침에 눈을 뜬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 남자는 자신의 남편이라며 결혼한 지 이미 20년이 됐다고 말한다.

 벤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크리스틴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실제로 크리스틴의 기억력은 하루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집에 틀어박혀 살던 크리스틴에게 내시라는 의사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크리스틴은 내시에게서 돌려받은 자신의 일기장에서 `벤을 믿지 마라’는 글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작가는 간질 수술을 받고 새 기억을 형성하지 못한 채 살다가 사망한 한 환자의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소설에서는 1인칭 시점을 활용해 기억의 퍼즐을 맞춰나간다.
 랜덤하우스코리아. 428쪽. 1만3800원.

  ▲죽지 그래 =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권남희 옮김.
 작가는 민속학과 종교학을 방대하게 활용하는 창의적 소설로 사랑받아왔다. 방대한 지식과 독특한 세계관이 교차하는 `우부메의 여름’이 대표작이다.
 이 소설에서도 신선한 시도를 했다. 사건과 배경 설명을 배제하고 인물의 대화만으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다큐멘터리 형태의 외형을 갖췄지만 주변 인물들의 코멘트 중심으로 이야기가 짜여진다.
 천사 같이 착한 성격의 아사미가 갑자기 살해된다. 생전에 우연히 그녀와 만났던 청년 겐야는 그녀와 관계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질문을 던진다.  겐야는 아사미를 농락한 회사 상사, 그녀를 괴롭힌 옆집 이웃, 빚 대신 팔아넘긴 생모, 야쿠자 애인을 차례로 만난다. 화가 쌓여가면서 이야기가 완성되는 이색구조다.
 자음과모음. 336쪽. 1만3000원.
 
  ▲모든 죽은 것 = 존 코널리 지음. 강수정 옮김.
 공포스릴러물이 장기인 저자의 신작. 뉴욕경찰청 형사 찰리 파커가 등장하는 시리즈물의 첫번째 소설이다.
 메스를 휘둘러 희생자의 얼굴을 수집하는 연쇄살인범이 파커의 아내와 딸을 살해한다. 연쇄살인범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찰리 파커는 충격으로 경찰직을 그만두고 방황하다가 살해당한 가족의 복수를 다짐하고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도시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살인마의 흔적들. 사건의 시발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던 파커는 어지럽게, 하지만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수많은 죽음들과 직면하게 된다.  오픈하우스. 628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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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서양 우위의 시대 왜 몰락하고 있는가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출간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인 1411년 명나라에서는 자금성 건설이 한창이었고 톈진에서 항저우에 이르는 대운하 수리 작업도 진행 중이었다. 근동에서는 오스만제국이 막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유럽은 흑사병 참사에서 막 회복되고 있었다. 그러나 공중위생은 여전히 열악했고 백년 전쟁을 비롯한 크고작은 전쟁도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양문명의 미래가 서양문명의 미래보다 훨씬 밝아보였던 것이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의 책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21세기북스 펴냄)은 이후 600년 동안 서양이 어떻게 상황을 역전시켜 세계의 패권을 쥐게 되었는지를 살펴본 책이다.
 이 책에서는 서양이 나머지 세계와 차별화를 이룬 요인으로 ▲경쟁 ▲과학 ▲재산권 ▲의학 ▲소비 ▲직업 등 여섯 가지를 꼽고 있다. 가령 유럽은 정치적으로 분열된 탓에 한 국가 내에서도 서로 경쟁하는 다수의 조직이 있었는데 이것이 군사, 경제, 무역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가져왔고 근대 민족 국가와 자본주의의 발판을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17세기 수학,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분야의 주요 혁신이 모두 서유럽에서 일어났다는 점도 서양 문명이 앞서나가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유럽의 과학혁명은 교회와 국가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는 기독교의 기본 교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슬람교에서는 반면 종교에 무한한 권한을 부여한 탓에 종교와 과학적 진보를 조화시키지 못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각각의 요인들이 어떻게 서양 문명의 부상을 이끌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서양이 왜 부상했는지에 대한 해답은 서양이 왜 몰락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과 일맥상통한다.
 애초에 “서양 우위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하는 물음에서 이 책을 출발했다는 저자는 “과거 서양이 패권을 잡은 진정한 이유를 알아내야만 오늘날 서양의 쇠퇴와 몰락 시점이 얼마나 임박했는지 조금이라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서양 문명을 향해 다가오는 가장 큰 위협은 다른 문명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무기력함, 그리고 그것을 더욱 부추기는 역사적 무지”라고 말했다.
 구세희·김정희 옮김. 572쪽. 2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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