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여 년 전, 문선공이 글자를 납활자로 일일이 한 자씩 심어(植字) 신문을 만들 던 시절, 교정부기자들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게 권력자의 이름과 직위 명칭의 탈·오식 사고였다. 대통령(大統領)이 `견통령(犬統領)’으로라도 인쇄되는 날이면 신문사는 그야말로 곡소리 날 일이었다. 1950년 8월 대구매일신문은 이승만 대통령을 `李 犬統領’으로 잘못 표기한 괘씸죄로 사장이 구속됐다. 53년 7월에는 삼남일보가 대통령을 견통령으로 잘못 인쇄, 편집국장이 구속됐다.
신문이 대통령을 `개통령’이라 했으니 서슬 퍼런 권위주의 시대에 그게 실수였건 누군가의 맹랑한 고의였건 그냥 웃고 넘어갈 리 없었다. 부산일보는 54년 대통령의 `통’자를 뺀 대령(大領)으로 잘못 내보냈다. 李대통령이 `季대통령’으로 나온 경우도 있고, 80년대 어느 지방지에는 `전대통령’이 `전통대령’으로 인쇄돼 나와 소동을 빚은 적도 있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메이지천황인 `明治大帝(명치대제)’를 `明治犬帝(명치견제)’로 오식하여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한다.
사흘 전 한 신문이 이명박 대통령을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잘못 표기했다. “안철수 원장 재산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전 한나라당대표 등 기업인 출신 정치인들이 정치적 고비마다 발표했던 사재출연과 같다”는 뜻의 문장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오식(誤植)한 거다. 그러자 네티즌들이 키득거리며 이를 퍼나르기 바쁜 모양이다. `이거 진짜냐’ `레임덕 제대로네’ 따위, 마치 남의 궂은 일을 희롱하는 듯한 투의 멘트들이 블로그 트위트 등에 넘쳐난다. `강호동 자택서 숨쉰채 발견’이란 묘한 말장난을 인터넷상에 유포시키기를 일삼는 이 시대의 일부 네티즌들, 만약 청와대가 신문사의 오식 실수를 탓하는 언급이라도 한마디 했더라면 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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