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목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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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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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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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나라 형씨(荊氏)라는 땅에서는 가래나무, 잣나무, 뽕나무가 잘 되었다. 그 가운데서 한 아름 이상되는 나무는 원숭이 매는 말뚝을 찾는 이가 베어가고.세 아름 네 아름 되는 나무는 큰 벼슬집 도리를 찾는 이가 베어가고,일곱 아름 여덟 아름 되는 나무는 귀인이나 부상(富商)들이 집에서 널감으로 베어갔다.”
 요즘 논술고사의 단골손님이 돼버렸다는 장자(莊子)가 남긴 글이다. 그는 인간세편(人間世篇)에서 “타고난 목숨을 채우지 못하고 자라나는 중에서도 도끼날에 꺾이게 되었다”며 “쓸모 있는 재목의 환(患)”을 말했다. 비슷한 시각에서 “나무도 쓸만한 건 먼저 베인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때문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굽은 나무는 길맛가지가  된다”고도 한다. 세상 만물이 모두 쓸모가 있다는 뜻이겠다. 실제로 나무만 하더라도 저마다 쓸모가 다르다.천연기념물이 있는가 하면, 공업용이나 약용으로 요긴한 것도 있다. 관상용으로 사랑받는 나무도 수십인지,수백인지 헤아리기도 어렵다.가로수만도 은행나무, 플라터너스, 느티나무, 버드나무, 아카시아, 벚나무, 소나무…. 하여튼 많다.
 포항시는 도로공사 때문에 잘라버려도 그만인 나무를 조경용으로 되살리고 있다.이에 따라  쓸만한 나무 101그루가 이미 북부해수욕장과 환호해맞이 전통놀이공원에 옮겨져 새 삶터를 찾았다. 덕분에 예산도 3700만원이나 아끼게 됐다. 칭찬받아 마땅한 행정이다.
 장자 시대의 도끼에 해당되는 게 요즘의 전기톱이다. 날카로운 톱날이 닿기만 하면 속절없이 잘려나가는 `재목의 환(患)’은 앞으로도 계속될 게 뻔하다. 이 전기톱에서 `가로수 구하기’는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하니 다행이다. 싶다.“다른 세대를 위해서 나무를 심으라”거나 “나무를 심는 자는 희망을 심는다”고 한 사람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겼음은 우연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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