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코는 이렇듯 받침을 거느릴만큼 자릿값이 비싼 것같다.파스칼이 `클레오파트라의 코높이’를 빗대어 세계사를 언급한 것도 건성으로 해본 소리는 아닐 것이다.코는 이와 함께 소리와도 관계가 깊다.독일 노래가 그윽하고,이탈리아 노래가 명랑한 것도 자연환경에 맞춰 진화한 코의 생김새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며칠전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가 비행하다말고 방귀냄새 때문에 비상착륙한 일이 있었다.어느 여성 승객이 냄새를 감추려고 종이 성냥 4개를 켰고, 그 유황 냄새가 기내에 퍼져 벌어진 소동이었다.신고를 받자 공항당국은 폭발물 탐지견까지 동원했다고 보도됐었다.우리 열차에서도 `발냄새’탓에 빚어진 승강이가 폭탄으로 신고된 일이 있었으니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웃어넘길 일만도 아니다.
방귀냄새야 시간이 지나면 날아가버리니 그것으로 끝이다.그러나 1년 열두달 밤낮으로 뿜어대는 공장의 악취는 견디기 어렵다.포항시 남구 청림동 주민들이 그 희생자들이다.`바다 쓰레기’배출업체,내화물 업체들이 자그마치 4개나 있는 곳이다.두통과 구역질에 시달리다 못한 주민들이 두팔걷고 나서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냄새 없는 것이 좋은 냄새다.”빼어난 웅변솜씨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키케로가 편지글에서 쓴 말이다.아득한 옛날 사람 키케로가 포항 청림동 사태를 미리 내다보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그러나 그의 말은 청림동 사태에 딱 들어맞는다.더구나 고약한 냄새가 공해 수준에 이르렀고 보면 `참을 인(忍)’을 밤새도록 쓴다한들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관계자들에게도 주민의 고통을 헤아리는 `코’가 필요할 것 같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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