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줄 수 있다면 이제는 망가져도 괜찮아”
  • 경북도민일보
“웃음 줄 수 있다면 이제는 망가져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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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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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희, 시사 교양프로그램에 어울릴 법한 모습만 보여주길 수년, 그런 그가 변했다
 
KBS `개그 콘서트’서`위대한 유산·불편한 진실’서 맹활약
개그계 신사 주병진 선망… 콩트보다 말로 웃기는 것 좋아해
원래 작가 꿈꿔…우연히 서게 된 대학로 무대서 참맛 느껴

지난해 2월 음주운전으로 5개월간 무대 떠나
그때 너무 힘든 시간 보내 오로지 개그 생각만
바보 역 도전 생각도 있어…즐거움 줄수 있다는 것에 만족

 
 말끔한 정장 차림과 똑 부러지는 말투, 진지한 눈빛.
 개그맨 황현희(32)가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모습은 `망가지는’ 개그와 거리가 멀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어울릴 법한 모습으로 KBS 2TV `개그콘서트’ 관객들과 만나길 수년째.
 그는 이제 범상치 않은 도령 복장으로 `훈민정음’을 낭독하고, 한 짝만 깔창을 뺀 신발로 갸우뚱하게 걷는다.
 최근 여의도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이제는 내가 당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예전에는 개그 연기를 할 때 `당하는 역할’이 싫었다고 했다.
 그가 주로 했던 캐릭터도 황PD, 황회장, 황검사 등 사회 지도층으로 쉽게 당하지 않는 인물들이었다.
 `개그계의 신사’ 주병진을 선망했던 그는 콩트보다는 말로 웃기는 것을 좋아했고,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며 자신만의 개그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그의 개그는 관찰에서 출발한다.
 일상 속 숨은 부조리를 들여다보는 `불편한 진실’이나 옛 추억을 자극하는 `위대한 유산’은 주변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인터넷에서 분야별 뉴스를 꼼꼼히 보고 기사에 달린 댓글도 살펴본다.
 “목욕탕, 커피숍같이 사람이 많은 곳을 많이 돌아다녀요. 대중교통도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위대한 유산’ 때문에 인사동에 가서 옛날 물건들도 많이 봐요. `위대한 유산’은 생각보다 짜기 쉬운 편이에요.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해주시거든요.”
 `위대한 유산’은 작년 11월 첫선을 보인 후 과거의 스타를 비롯해 만화 `피구왕 통키’와 축배 사이다 등 아련한 추억거리를 꺼내놓으며 화제몰이를 했다.
 “주 타깃은 20-40대이에요. 10대는 공감을 잘 못하고 50대는 별 반응이 없더라고요. 인물을 소재로 할 때는 30-40대가 공감할 인물 위주로 합니다. 사실은 제가 진짜 보고 싶은 사람들을 해요.”
 판유걸, 최창민 등 그가 언급한 인물들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그는 대상 인물의 동정을 미리 파악한다고 했다. 혹시나 지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디갔어?’라며 잊혀진 사람으로 취급하면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신이 언급한 인물들이 화제가 되는 것에 대해 그는 “그분들이 재기할 발판을 다지는 계기가 돼서 좋다. 아직까지 다른 분들로부터 언급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은 없다”며 웃었다.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그에게서 방송에서 보여준 특유의 말투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는 말투도 연기의 일부라고 했다.
 `어디갔어?’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누가 그랬을까?’와 같은 유행어들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에 특유의 말투가 더해져 시너지가 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자신만의 말투처럼 개그맨은 자기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그맨은 자기 것이 없으면 오래가기 힘들어요. 자기 색깔을 특화시키되 어떻게 다르게 포장해서 보여주느냐가 문제죠. 그동안 제가 했던 코너에서 제 역할은 거의 비슷해요. 대신 다른 모든 그림들을 바꿔버렸죠. 그렇게 바꾸지 않으면 안 돼요.
 개그의 실패라는 게 비슷해 보이니까 망하는 겁니다.”
 공상과 글쓰기를 즐겼던 황현희는 처음에는 개그작가를 꿈꿨다.
 전유성이 이끄는 코미디언 교육단체 `코미디 시장’에 들어간 그는 우연히 서게 된 대학로 무대에서 개그의 맛을 느꼈다고 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무대에 서게 됐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여자 관객들이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아, 이건 좀 새롭다’ 싶었죠.(웃음)”
 그리고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 시험에 단번에 합격했다.
 이제 황현희는 기수로 따지면 김준호, 김대희, 박성호에 이어 `개콘’ 서열 4위다.
 8년째 `개콘’을 지켜온 그에게 위기도 있었다. 작년 2월 음주운전으로 5개월간 무대를 떠났던 것.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밖에 아예 안 나갔어요. 그동안 일이 끊겨본 적이 없었는데 일이 없어 돈까지 끊기니까 골치 아프더라고요. 그냥 계속 개그만 생각했어요.”
 `불편한 진실’은 그에게 다시 무대에 설 기회를 줬다.
 “그때 감독님께 다른 코너를 갖고 가니까 재미없다며 이런 걸로 복귀하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후배 3명 불러서 그날 밤 11시부터 다음날 낮 12시까지 `불편한 진실’을 만들었어요. 인터넷을 뒤지면서 틀을 만들고 신경을 정말 많이 썼죠.”
 앞으로 계획을 물으니 “개그를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소박한 답을 내놓았다. 연기나 노래 등 다른 분야에는 크게 관심이 없단다.
 그는 “버라이어티도 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며 “운도 맞아야 하고 내공을 좀 더쌓아야 될 것 같다”고 자신을 낮췄다.
 `개그콘서트’에서 바보 역할에 도전할 생각은 있다. `불편한 진실’의 깔창 개그도 이런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뜸 `신발 벗어’라고 말해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발 벗고 들어가는 식당을 꺼리게 되긴 했지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만족했다. 단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제 키가 169.6cm인데 이 정도 되면 배우들은 포털사이트 프로필에 174cm로 나오거든요. 근데 저는 168cm로 돼 있어요. 키가 줄어드는 건 어떤 경우인지 모르겠어요. 개그맨이라 그런가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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