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포커스 `김무열’
영화 `은교’ 서지우 역 후발 캐스팅
분노 표현 위해 같은 장면 30번 반복
“만족은 이르지만 칭찬해주고 싶어”
늦은 오후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환한 웃음을 짓는 `서지우’ 김무열(30·사진)은 “영화 `은교’를 찍으면서 참 많은 화를 냈다”고 말했다. 자신을 죽이려 든 `이적요’ 박해일(35)에게 화가 났고, 아버지 같던 선생님을 흔든 `은교’ 김고은(21)도 미웠다.
“남자 둘이서 10년이 넘게 한 집에 살았어요. `이적요’ 선생님은 `서지우’에게 아버지이자 어머니의 느낌이었어요. `은교’도 제가 들이자고 했지만 선생님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끊어야 할 대상이었던 거죠.”
70세 시인 `이적요’는 공대생 `서지우’를 제자로 받아들여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려놓았다. `서지우’의 이름으로 발표한 `심장’ 덕분이다. 이적요의 껍데기였던 서지우는 급기야 `이적요’의 `은교’까지 훔쳐 이상문학상까지 수상했다.
김무열은 “`은교’라는 작품을 선생님 몰래 발표한 후 껄끄럽기도 했지만 선생님과 러브샷까지 하면서 술자리로 잘 마무리했다. 그리고 선생님 집에서 나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을까?”라고 반문하면서 “그런데 선생님이 날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너무 화가 났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다. 10년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순간들이 지나가면서 미묘한 감정이 들고 결국에는 화로 번졌을 것”이라고 `서지우’를 이해했다.
반닫이에 숨겨둔 `은교’ 원고를 꺼내는 장면도 분노였다.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같은 장면을 30번이나 반복했다.
“`서지우’가 소설 `은교’를 반닫이에서 발견했을 때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은교에게도 화가 났다. 또 범접할 수 없는 스승 `이적요’의 능력에도 화가 났다. 서른 번을 반복하면서 머릿속의 감정이 마음으로 전해졌나보더라. 나중에 스크린으로 확인해보니 나도 몰랐던 표정이 나왔다. 만족스러웠다”는 마음이다.
김무열은 영화 `은교’의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 송창의(33)의 하차로 뒤늦게 캐스팅됐다. 소설 속에 묘사된 `쌍꺼풀 짙고 작고 단단한 몸’을 지닌 `서지우’도 아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관객들은 책 속 인물로, 한차례 거쳐간 배우도 연상하지 않았다.
“노력은 많이 했다. 찍고 나서 할 말이 많았던 작품은 처음이다. 오랜만에 연기할 맛이 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나를 봤을 때 후졌어도 배우로서 해왔던 것들, 그 벽을 무너뜨리는 작업은 분명했다. 감독도 스스로에게 칭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씀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은교’지만 나에게 칭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조용히 스스로를 많이 칭찬해 주겠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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