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영전에 과연 무엇을 보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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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영전에 과연 무엇을 보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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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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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명예회장 추모사업추진위’발족에 부쳐

 박태준 명예회장이 우리 곁을 떠난지 6개월여, 고인이 이 땅에 남겨준 창대한 유산에 비해 고인을 향한 우리의 보답이 너무나 보잘 것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포스코는 말할 것도 없다. 포항,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현장 곳곳에 배어있는 고인의 체취와 흔적이 여전하고, `제철입국’의 공적은 창대하지만 고인을 향한 헌공(獻供)이 보잘 것 없음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나아주고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코자 하나 세상에 안계신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자식들의 마음이 이 같을까?.
 포스코가 `박태준 명예회장 추모사업추진위’를 발족한 것은 이런 자괴(自愧)에 대한 만각(晩覺)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황경로 전 회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한 추진위가 구성됨에 따라 고인을 기리는 사업이 앞으로 다양하게 전개된다. 가깝게는 26일 국립 현충원에 추모비가 건립된다. 이어 포항·광양 제철소와 서울 포스코센터에 동상과 부조가 설치될 예정이다. 또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 리더십, 경영 철학 등을 담은 `청암연구사상집’을 편찬하고, 고인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강철왕’도 제작해 방영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철강영웅’ 의 열정과 공로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의 위인(偉人)을 국민과 기업인들에게 사표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추모비와 동상과 부조를 세우고 사상집을 편찬하고,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으로 고인에 대한 `추모’를 다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건 짧은 생각이다.
 `영웅 박태준’의 모습은 동상과 부조가 아니라도 이미 국민 마음 속 깊이 각인돼 있다.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와 함께 세계를 주름잡는 대한민국의 조선, 자동차, 반도체 속에 영웅 박태준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동상과 부조, 드라마, 사상집은 고인의 업적을 정형화하는 우(愚가) 될 수도 있다.

과연 고인을 어떻게 추모해야 하는가?

 박태준은 1992년 10월 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박정희 대통령의 묘소 앞에 섰다. “각하! 불초 박태준, 각하의 명을 받은 지 25년만에 포항제철 건설의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각하의 영전에 보고를 드립니다. 포항제철은 `빈곤타파와 경제부흥’을 위해서는 일관제철소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각하의 의지에 의해 탄생되었습니다. 그 포항제철이 바로 어제  포항, 광양의 양대 제철소에 조강생산 2100만톤 체제의 완공을 끝으로 4반세기에 걸친 대장정(大長征)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박 명예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영전에 `조강생산 2100만톤 체제의 포항제철’을 바쳤다.
 포스코와 그 가족, 나아가 국민들은 박태준 명예회장이 20년 전 박 대통령 영전에 섰듯 박 명예회장의 영전에 나설 준비와 각오를 해야 한다. 그 것은 고인이 “불초 박태준이 결코 나태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25년 전 포철 건설의 그 때로 돌아가 `잘 사는 나라’ 건설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굳게 붙들어 주시옵소서”라고 했듯 우리가 고인과 약속한 `초심’을 고인의 영전에 확인하는 것이다.

고인의 몸가짐 본받아야

 포스코는 안팎으로 위기다. 오늘의 포스코가 있기까지 벽돌 한 장 쌓지 않은 세력들이 이권에 눈이 멀어 부나비처럼 달려들고 있다. 권력지향적인 일부 임직원의 부화뇌동도 여전하다. 그러나 `호랑이 눈’을 부릅뜨고 온몸으로 외풍과 외압을 마주하며 `우향우 정신’을 강조해온 명예회장은 우리 곁을 떠났다. 나라가 어지럽고 경제가 어렵고, 포스코가 흔들릴수록 고인의 부재가 너무도 안타깝다.
 고인은 “포스코가 국가 산업의 동력으로 성장한 것에 대단히 만족한다.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고가 되길 바란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항상 애국심을 갖고 일해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고인은 단 한 주의 포스코 주식, 본인 명의의 재산, 유산도 없이 훌훌 떠났다. `산업영웅’ 박태준을 향한 진정한 추모는 공리(公利)에 철두철미했던 고인의 몸가짐을 본받는 데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명예회장의 영전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서야만 한다. 부디 안면(安眠) 하소서.

金 鎬 壽/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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