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난 숲을 잘난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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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난 숲을 잘난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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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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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숲은 자본주의 도입 이후의 우리 역사와 유사한 형태로 발전했다. 양적 거대 성장과 맞바꾼 양극화된 구조, 작은 것들을 기탄없이 외면하고 묵살하며 성공한 승자에 축배를 들었고 같은 군집 내 경쟁구조로 선택받은 개체만 성장할 수 있는 비가시적 불평등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로 말이다.
 물론 성장을 위해 포기한 작은 것들을 그리며 낭만에 젖어있기엔 그리 여유로운 처지는 아니지만 우리는 가끔 소중한 것들을 너무 허무하고 담담하게 떠나보내곤 한다. 흘려보낸 물과 마구 태워버린 공기, 그리고 매일 밟고 있는 흙과 땅까지…
 하늘만 바라보고 크는 나무와 같은 곳을 바라본 우리는 발아래 작고 소중한 것을 다시한번 외면하고 묵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큰 나무가 숲의 주인이며 나는 숲의 집행관으로 너희들을 우리 뜻대로 조각할 수 있다며 건방을 떨어온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숲의 주인에게 고개는 들어도 눈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은 심정이다.

 우리는 땅이 내어준 공간에 우리가 원하는 나무를 키우고 그것을 빌려 누리며 살아온 것이다. 원래 자리하던 수백가지 작은 나무와 풀들은 몰아내거나 그들이 잠시 자리를 잠시 비운사이에 이주해온 다른 나무를 심어 키운지 수십년이 흘렀다. 이제 원래 자리하던 주인들이 돌아와 풍요로운 산림으로 우리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나는 숲속에서 치열했던 지난 날 보다 평화로운 앞날이 더 걱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가락만한 묘목을 내 몸통만큼 키우는 것이 전부였던 시간들, 그런 날들처럼 하늘만 보고 몸덩이만 불리우는 입목관리를 계속 고집한다면 임업수준이 답보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임지와 동·식물, 그 안에 얽힌 생태 섭리를 모르고서 거대한 나무 덩어리에만 감탄한다면 우린 더 이상 산림관리자가 아닌 약탈자일 뿐이다.
 임업인으로 지낸 30여 세월 동안 숲을 반푼도 이해하지 못한 나로서도 나무만 알고 숲을 모르는 사람이 숲을 가꾼다고 톱을 들고 설쳐댄다면 계란으로 쌓은 탑과 같이 위태롭고 숲의 기반이 되는 토양과 하층식생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이 관리하는 산림은 모래 땅위에 지어놓은 집처럼 마냥 걱정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금은 숲에서 생겨나는 모든 것을 섭렵해 숲을 이해하고 전망과 유도할 줄 아는 수준의 관리자가 필요하다. 기적적인 산림녹화가 헌신과 봉사로 이뤄졌다면 앞으로 우리 숲을 놀라운 수준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임업인의 자질과 능력 배양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그것이야 말로 다양하고 풍요로운 산림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제2의 도약대가 될 것이다.

최 신 규 (영덕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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