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돌부리 하나가 태산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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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돌부리 하나가 태산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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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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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점자도서관 시각장애 체험학교
안대 쓴 후 125㎝ 지팡이와 청각에만 의존
참가 청소년 “시각장애 고충 몸으로 느껴” 

 
“작은 돌부리 하나가 태산같아요. 시각장애우들의 고충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10일 포항의 경북 점자도서관(남구 해도동) 시각장애 체험학교. 이곳에는 참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걷기 교육’이 한창이다.
 “지팡이를 배꼽 위치에 놓고 좌우로 가볍게 두드리세요.” 체험학교 강사 김재식(28·시각장애 1급)씨의 설명에 청소년들은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됐다. 안대로 두 눈을 가렸다.
 시각 장애우와 똑같은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다.
 이들은 125㎝의 흰 지팡이와 자신의 청각에만 의존한 채 계단 오르내리기를 시작했다. 계단을 오를때는 지팡이를 두드리지 않고 직선으로 세워 계단과 부딪치며 걷는다. 소리의 끝이 계단이 없는 곳이기 때문.
 10㎝도 안되는 계단 높이에도 청소년들은 아슬아슬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 체험을 한 모성인(14·대도중 1년)군은 “3층 높이의 계단 오르기가 무지막지한 장애물처럼 무섭고 길게 느껴졌다”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윽고 참가자들은 난 코스인 도서관 앞 횡단보도 건너기 도전에 나섰다.
 음성신호기 단추를 누르자  `띠리리 띠리리’소리와 함께 신호등 녹색불을 알리는 안내멘트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떠듬 떠듬 지팡이를 두드리며 불안한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폭 20m 짜리 횡단보도 보행신호 시간인 20초는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미처 건너지 못한 학생들이 우왕좌왕한 사이, 어김없이 시끄런 경적소리가 울렸다. “차량 소음에 묻쳐 음성신호가 모기소리처럼 들렸다”는 김하경(15·여·기계중 2년)양은 “외출한번 제대로 못하는 장애우들의 불편을 이제야 알겠다”고 했다.
 이날 청소년들은 손으로 세상을 봤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삶의 한 부분이었다.
 김재식 강사는 “경북 1만500여명, 포항 1000여명 결코 적지 않은 시각 장애우가 우리 주변에 살고 있다”며 “이번 체험학교를 통해 장애우를 우리의 이웃으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이지혜기자·사진 임성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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