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대는 포스코의 의붓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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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대는 포스코의 의붓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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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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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산실 영일대를 영일대답게


 포항제철이 창설된 해는 1968년(4월 1일)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포철 사장이 풀 한포기 없던 황무지에서 일관제철소 1기 설비 착공식을 가진 것은 그로부터 2년이 더 흐른 1970년 4월. 착공식 후 3년 3개월이 지난 1973년 7월 3일 연산 103만톤의 1기 설비 준공식이 박 대통령과 박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일관제철소에서 피 보다 더 진한 쇳물이 흘러나온 감격적인 날이다.
 영일만 모래사장 황무지에 제철소가 들어서기 한참 전인 1969년 7월 지곡동 산자락에 포철 영빈관 `영일대’가 세워졌다. 영빈관 단골 손님은 박정희 대통령. 박 대통령은 틈만 나면 일관제철소 건설 현장을 찾았고, 늦은 밤 영일대로 돌아와 숙박하곤 했다. 그 횟수만 열세차례다. 박 대통령은 영일대 301호와 302호실에 주로 묵었고, 이 방에 다른 VIP가 숙박하는 날엔 306호와 311호를 이용했다.
 영일대 `전망대’는 박 대통령과 박 사장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일관제철소 건설 현장을 조감하던 바로 그 장소다. 박 대통령과 박 사장이 “한국의 외채상환 능력과 산업구조를 볼 때 일관제철소 건설은 시기상조”라는 세계은행의 비웃음을 보기좋게 비웃은 `포철신화’의 산실이 바로 영일대다. “일관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모두 `우향우’ 해서 바다에 빠져 죽자”는 박 사장의 `강기’(剛氣)도 영일대에서 다져진 것이다. 영일대는 1기 설비 준공에 이어 1976년 5월 2기 설비, 78년 12월 3기 설비, 83년 5월 4기 2차 설비 준공과 1987년 광양제철소의 준공으로 1180만t 규모의 조강능력을 확보하고, 현재 조강 능력 기준으로 세계 1위 철강회사로 발돋움한 자랑스런 포스코의 `모태’(母胎)다.

 영일대가 들어선지 43년이 지난 2012년 10월, 영일대의 `영’(榮)은 흔적을 찾기 어렵다. 포스코가 민간 위탁경영을 내세워 이 회사 저회사에 운영권을 넘기면서 한때 문을 닫아야하는 비운을 맞기도 했고, 급기야 파행 영업과 종업원 임금체불의 현장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영일대를 짓누르는 `욕’(辱)의 공기가 무겁다.
 제철복지회(현 포스웰)이 영일대를 직영하던 2001년까지 영일대에는 문제가 없었다. 영일대가 포스코였고, 포스코는 영일대로 통했다. 그러나 2001년 포스코가 영일대 운영권을 경주 힐튼에 넘기면서 영일대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일대 운영권을 넘긴 조건은 연 임대료 2억 2000만원이다.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경주 힐튼은 2008년 계약만료를 계기로 운영을 포기했고, 포스코는 2008년 ㈜백산 푸드시스템에게 다시 운영권을 넘겼다. 조건은 임대료 연 1억 8000만원. ㈜백산이 경영난을 이유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해 포스코는 임대료를 연 1억 2000만원으로 낮춰줬지만 2년여 만에 영일대는 종업원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불량 사업장’이라는 딱지가 붙고 말았다. `영일대’란 이름이 부끄럽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정부 각료, 외국 기술자, 김수환 추기경과 첼리스트 정명화씨, 축구감독 홍명보 등에게 맛난 요리를 제공해온 일식당, 중식당, 이태리식당 가운데 중식당만 문을 열었고, 그나마 메뉴는 짜장면과 탕수욕이 전부다. ㈜백산이 이달 말 경영을 포기하고 철수하면 영일대는 또 다시 문을 닫는 비운을 맞는다. 포스코의 43년 `정기’(精氣)가 끊기는 격이다.
 영일대 일원은 포항시가 `포항 12경’ 중 호미곶 일출, 내연산 계곡 12폭포, 운제산 오어사 사계, 포철 야경, 덕동문화마을 숲, 하옥계곡 사계, 경북도수목원, 호미곶~임곡 해안에 이어 제9경으로 선정한 명소다. 포항시민과 포스코 임직원은 손님이 오면 주저없이 영일대를 찾는다. 포항시는 올 4월 영일대에서 포스코 창립 44주년 감사잔치를 열었다. 영일대가 지난 43년간 포스코의 산실이었고, 포스코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포스코의 요람이라는 의미다.
 영일대는 포스코의 `의붓자식’이 아니다. 포스코는 영일대를 `임대차’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된다. 포스코가 나서 포항과 포스코를 상징하는 역사와, 공연-음식문화의 전당으로 업그레이드 할 때 포스코의 뿌리는 더 깊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명예회장의 입김과 손길이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金 鎬 壽/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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