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좋다, 사세요~”
박 시장 1일 경매사 현장행정`눈길’
  • 이진수기자
“자, 좋다, 사세요~”
박 시장 1일 경매사 현장행정`눈길’
  • 이진수기자
  • 승인 20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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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시는 본격적인 민생현장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지난 6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을 방문해 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했다.(사진 왼쪽) 12일 오전 8시 농산물도매시장을 찾은 박 시장(오른쪽)은 경매체험과 함께 상인들과 대화를 가졌다.
 `시청 파견 공무원 업무 알만하면 타부서로 떠나
 샤워시설, 낡은 건물 개보수도 급해’
 박 시장 “현장 현안문제 서둘러 시정할 것” 약속

 몇일째 이어지는 한파가 매섭다. 12일 오전 8시. 도심 외곽에 위치한 포항시농산물도매시장은 추위로 인해 두터운 옷과 모자, 목타래, 장갑까지 걸친 사람들로 분주하다. 박승호 포항시장이 청과 1동 건물에 들어섰다. 경매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이날 경매가 시작됐다. “자, 좋다, 사세요, 사세요, 기회는 다시 안옵니다.” “일만천이백에 영사삼” 굵직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렸다. 중도매상들 사이에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점퍼에 경매사 모자를 쓰고 종을 흔드는 경매사는 다름 아닌 박 시장이었다. 옆의 경매사와 비교해도 누가 시장인지, 경매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박 시장의 이날 민생행정은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사세요”와 함께 시작됐다.

#“사세요” 농산물도매시장
 100여명이 중도매상인, 경매사 등이 모였다.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공급자이다.
 평소 오전 7시 경매이나 겨울에는 한시간 늦은 8시에 시작된다.
 박 시장은 “추운 날씨에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시다. 바쁜 시정 업무로 자주 찾지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보니 반갑다”며 말을 열었다.
 박 시장은 귤을 만지면서 요즈음 시세는 얼마인지, 품질은 좋은지를 물었다.
 상인 관계자는 “시세는 괜찮다. 품질이 좋아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포항 농산물 소비량의 25%(과일 55%)를 공급하고 있다.
 박 시장은 “대형 마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수도권에 물류가 집중되는 현실에서 이곳에서 일하는 여러분들이 있어 뿌듯하다”며 “깨끗하고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를 시민들의 식탁에 올려줘 고맙다”며 상인들을 격려했다.
 농산물관리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박 시장은 직원들 책상을 비롯해 사무실 환경을 꼼꼼히 살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생업에 종사하는 상인들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임봉학 포항청과(주) 대표이사는 “농산물 유통법이 많이 바꿨다, 유통시장이 급변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관리자가 이곳에서 장기간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시청 공무원들이 이곳에 파견나와 뭔가 알만 하니까 인사 이동으로 타 부서로 전출하는 사례가 잦아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과거 시장들은 아침 일찍 이곳을 방문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면서 “몇년 사이에 도매시장이 깨끗한 환경으로 변해 장사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포항시농산물도매시장은 전국 농산물시장 가운데 우수시장으로 수차례 선정됐다
 임헌홍 전국과실중도매인연합회 포항지회장은 “이곳에 운동기구를 설치해 주면 상인들이 틈틈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중도매인 홍판웅씨는 “샤워시설도 필요하다”고 시장에게 건의했다.
 최제민 포항시농산물관리소장(6급)은 “바람막이용인 스크린도어 설치를 비롯해 누수공사, 알류미늄 교체 등 건물 일부의 보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집안이 깨끗해야 몸과 마음이 밝아지고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며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시설보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에게 “이윤만을 생각하는 장사를 해서는 안된다. `박리다매’로 장사를 하면 고객들이 꾸준히 찾을 것이다. 욕심보다 마음을 조금 비우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을 가져온다”고 당부했다.
 경매를 시작으로 과일을 만져보며 시세를 묻고 상인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갖은 박 시장은 오전 9시 10분 시청사로 이동했다.
 
 # 포항은 민생현장 행정이다
 포항시는 최근 시민들 삶의 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민생현장을 찾고 있다.
 민생현장 탐방은 우연한 기회에 비롯됐다.
 11월 22일 오전 5시 40분. 이날 버스파업으로 비상수송대책을 살피기 위해 대체버스에 탑승한 박 시장은 함께 탔던 전기자(71)할머니와 대화를 가졌다.
 전 할머니는 수확기를 맞은 남구 동해면 도구리의 부추밭에 일당벌이 품앗이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독거노인으로 일당이 3만원인데 지병에 따른 약값과 점심, 버스요금 등의 부담이 상당해 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 할머니와 말동무가 된 박 시장은 부추 재배 하우스까지 들어갔다. 어려운 환경에서 힘든 노동일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박 시장은 직원들에게 부추 수확 일용직 일꾼들의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박 시장은 `현장행정을 중시하라’ `서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벽과 밤에 민생현장을 찾으면 미처 챙기지 못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이들의 불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서 발로 뛰는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대안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현장행정을 중심으로 한 업무활동을 평가해 인사에 반영한다.
 `탁상행정’이 아닌 포항시의 `민생현장 행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 시민들 다양한 목소리 들어라
 포항시 간부 공무원들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아침 일찍 시민들 삶의 현장을 찾았다.
 김성경 포항시 부시장을 비롯한 4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은 하루씩 수협활어위판장, 노인 사회적기업체, 새벽 인력시장, 환경미화원 체험, 응급실 등 시민들과 직접 소통으로 현장의 생생한 소리와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김 부시장은 수협활어위판장에서 수협 관계자, 어민, 상인들을 격려하고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같이 했다.
 수협 관계자들은 수협 위판장 시설 개선, 유류 지원금 등을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는 “서민들의 애환과 시름이 이렇게 깊은 줄 몰랐다” 며 “시정에 반영해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시정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한 간부 공무원은 “현장에는 책상머리에서 들을 수 없는 다양한 삶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 위축된 기업 `기’를 살립시다. 기업사랑운동 추진
 민생현장의 또 다른 모습은 기업사랑이다.
 포항시는 수년째 철강경기가 악화되자 이달부터 `범시민 기업사랑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을 방문했다.
 현대제철은 이날 △괴동교 등 과적차량 통행 완화 △회사 정문 앞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인근 업체의 악취발생 개선을 건의했다.
 포항시는 경찰과 협조해 정문 앞에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키로 했다.
 포항은 철강도시다. 철강은 국가 및 지역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경기악화로 인해 철강제품 출하는 감소하고 재고량은 증가해 비상경영 상태에 놓여 있다.
 포항시는 시민들의 애정과 격려로 기업에 기를 실어주기 위해 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형산로터리에 기업사랑 조형물 설치 △시민 기업사랑 감사엽서 보내기 △국산 철강제품 사용하기 △철강위기 극복 다짐대회 △포스코 자매마을과 자매부서간 위문 방문 △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송년음악회 등을 펼친다.
 
 # 새해에도 시민들과 울고 웃는다
 또 포항상공회의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범시민 운동으로 확산키로 했다.
 특히 시는 철강관리공단에 공무원 2명을 파견하는 등 기업의 기술개발과 수출 촉진을 위해 1사 1기업 핵심 기술정보 제공, 외국어 통·번역 등으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총력 체제에 나섰다.
 포항시 관계자는 “오늘날까지 포스코를 비롯해 기업들이 포항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며 “기업이 어려운 지금은 시민들이 위축된 기업에 기를 넣어주고 보담아 줄 때다”고 말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민생현장을 찾아가는 포항시.
 박 시장은 “민생현장에는 문제 해결의 대안이 있어 정책수립에 큰 도움이 된다”며 “새해에도 시민 삶의 현장과 함께하는 행정을 펼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진수기자 jsl@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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