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은 `신화’아닌 현존하는 `정신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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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은 `신화’아닌 현존하는 `정신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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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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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출범에 부쳐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국민들의 뇌리에 `철강왕’으로 각인되어 있다. 유수한 외국언론과 경제전문가들도 선뜻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박 전 명예회장을 `철강왕’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과소평가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손실이다. `청암(靑岩)’ 박 전 명예회장은 그 존재만으로도 위대한 `정신유산’이기 때문이다.
 `철강왕’이라는 `헌사(獻詞)’는 청암의 존재와 업적을 `용광로’ 곁에 머물게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찬사에서 나라와 민족을 향한 희생과 사랑, 헌신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청암이 우리곁을 떠난지 1년 여, 가슴에 오로지 `국민’과 `나라’ 밖에 없었던 청암의 `혼(魂)’을 `철강왕’이라는 `신화’로 `과거의 벽’에 걸어놓고 `오늘’에 되새기지 않는 우(愚)를 범해오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포스텍이 청암학술정보관에서 청암 박태준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하는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의 문을 여는 것은 바로 그런 회한과 자성에 대한 응답으로 들린다.  포스텍이 연구소 설립 취지문을 통해 “제철소 건설 등 청암의 공적만 기억하는 것은 큰 결례이며, 정신 유산을 잃어버리는 사회적 손실이다. 연구소를 통해 선생의 삶과 리더십을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시대 정신을 개척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한 것은 `철강왕’이라는 `헌사’ 하나로 청암을 위한 도리를 다했다고 여기는 삭막한 세태에 대한 자책이다.

 청암의 삶과 사상 재조명은 당장 우리가 처한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를 광정(匡正)해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흔들고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데도 이념에 따라 갈갈이 찢긴 국론,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 `나눔’과 `공생’을 외면한 대기업의 독선, 일확천금만 노리는 천민자본주의와 배금사상, 새정부 공직인사에서 드러난 지도급 인사들의 도덕불감증,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이웃을 칼로 찔러 죽이는 살벌한 세태를 질타하는 정신이 인내와 각고, 헌신, 봉사로 일관된 청암의 삶과 사상이다.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라는 신조에 청암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자신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차원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국가>를 위한 신념과 절박함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철학으로 일관한 청암에게서 `철강’은 그 일부분일 뿐이다. 연세대 송복 명예교수가 청암 1주기를 맞아 출간된 `박태준 사상, 미래를 연다’에서 청암을 “책 속의 선비, 말 속의 선비 뿐이었던 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지(志)와 의(義), 렴(廉-청렴)과 애(愛) 4가지 선비사상을 실천한 현장의 선비였다”고 평가한 것은 옳은 정의다.
 최진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입언(立言)’이 아니라 `입공(立功)’이고, 입공의 근저에는 `입덕(立德)’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조국애로 뭉쳐진 박태준의 강력한 정신주의가 바로 그의 입덕”이라고 했다. `세치혀’로는 `공’을 세우기 쉽지만 `덕(德)’으로 공을 쌓기는 어려운 데 청암이 그 어려운 `입덕’으로 `입공’했다는 평가다. 청암이 평소 “이상을 땅에 두고 걷는 사람은 산과 강이 가로 막지만, 이상(조국애)을 하늘에 둔 사람은 산과 강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그대로다.
 국민대 백기복 교수는 청암의 일생을 관통하는 정신을 `용혼(熔魂)사상’ 이라 했다. “혼으로 녹여내어 이룬다”는 뜻이다. 청암의 혼이 포스코이며, 포스텍이다. 청암의 `용혼’은 대한민국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애국과 희생이 세계 10위권 경제강국, 세계 9위 무역대국 한국의 산업현장에 녹아있는 것이다. 청암은 `철강왕’이라는 단순한 `신화’와 `우상’으로 남아있도록 해서는 안된다. 청암은 현존하는, 살아 있는 `정신유산’이다. 청암의 정신은 안팎으로 위기인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한줄기 `광명’이어야 한다.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의 발족을 반기면서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이 나라와 국민들의 정신적 동력으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포스코가 우리나라 산업의 영혼이라면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는 우리 국민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정신적 영혼이어야 한다.

金 鎬 壽/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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