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출범에 부쳐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국민들의 뇌리에 `철강왕’으로 각인되어 있다. 유수한 외국언론과 경제전문가들도 선뜻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박 전 명예회장을 `철강왕’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과소평가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손실이다. `청암(靑岩)’ 박 전 명예회장은 그 존재만으로도 위대한 `정신유산’이기 때문이다.
`철강왕’이라는 `헌사(獻詞)’는 청암의 존재와 업적을 `용광로’ 곁에 머물게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찬사에서 나라와 민족을 향한 희생과 사랑, 헌신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청암이 우리곁을 떠난지 1년 여, 가슴에 오로지 `국민’과 `나라’ 밖에 없었던 청암의 `혼(魂)’을 `철강왕’이라는 `신화’로 `과거의 벽’에 걸어놓고 `오늘’에 되새기지 않는 우(愚)를 범해오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포스텍이 청암학술정보관에서 청암 박태준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하는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의 문을 여는 것은 바로 그런 회한과 자성에 대한 응답으로 들린다. 포스텍이 연구소 설립 취지문을 통해 “제철소 건설 등 청암의 공적만 기억하는 것은 큰 결례이며, 정신 유산을 잃어버리는 사회적 손실이다. 연구소를 통해 선생의 삶과 리더십을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시대 정신을 개척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한 것은 `철강왕’이라는 `헌사’ 하나로 청암을 위한 도리를 다했다고 여기는 삭막한 세태에 대한 자책이다.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라는 신조에 청암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자신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차원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국가>를 위한 신념과 절박함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철학으로 일관한 청암에게서 `철강’은 그 일부분일 뿐이다. 연세대 송복 명예교수가 청암 1주기를 맞아 출간된 `박태준 사상, 미래를 연다’에서 청암을 “책 속의 선비, 말 속의 선비 뿐이었던 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지(志)와 의(義), 렴(廉-청렴)과 애(愛) 4가지 선비사상을 실천한 현장의 선비였다”고 평가한 것은 옳은 정의다.
최진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입언(立言)’이 아니라 `입공(立功)’이고, 입공의 근저에는 `입덕(立德)’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조국애로 뭉쳐진 박태준의 강력한 정신주의가 바로 그의 입덕”이라고 했다. `세치혀’로는 `공’을 세우기 쉽지만 `덕(德)’으로 공을 쌓기는 어려운 데 청암이 그 어려운 `입덕’으로 `입공’했다는 평가다. 청암이 평소 “이상을 땅에 두고 걷는 사람은 산과 강이 가로 막지만, 이상(조국애)을 하늘에 둔 사람은 산과 강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그대로다.
국민대 백기복 교수는 청암의 일생을 관통하는 정신을 `용혼(熔魂)사상’ 이라 했다. “혼으로 녹여내어 이룬다”는 뜻이다. 청암의 혼이 포스코이며, 포스텍이다. 청암의 `용혼’은 대한민국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애국과 희생이 세계 10위권 경제강국, 세계 9위 무역대국 한국의 산업현장에 녹아있는 것이다. 청암은 `철강왕’이라는 단순한 `신화’와 `우상’으로 남아있도록 해서는 안된다. 청암은 현존하는, 살아 있는 `정신유산’이다. 청암의 정신은 안팎으로 위기인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한줄기 `광명’이어야 한다.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의 발족을 반기면서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이 나라와 국민들의 정신적 동력으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포스코가 우리나라 산업의 영혼이라면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는 우리 국민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정신적 영혼이어야 한다.
金 鎬 壽/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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