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무엇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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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무엇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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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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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데이비드 베레비·정준형 역 l 에코리브르 l 2만원
 
 
반복되는 `편 가르기’현상 집중 탐구
인간 부류 규정하는 것은 `상황·마음’
 
 
 
 
 
 `코드’.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부쩍 유행을 탄 외래어다. 코드가 맞으면 `우리 편’이고 안 맞으면 `적’. 그 황량한 이분법을 가름하는 코드는 그러나 허망한 말년을 맞고 있다. 같은 코드로 뭉쳐 `한패’를 이루던 인사들이 올해 대선의 해를 맞아 다시 편 가르기에 돌입, 서로 헐뜯고 상처내고 있기 때문이다.
 코드를 파헤치는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며 시의적절하다.
 기독교에서 악으로 치부되는 `사탄’이란 말이 베어 자른다는 재봉 용어인 `재단’(裁斷)에서 왔다는 어원론적 인식마저 다시 가다듬게 한다.
 저자는 프랑스 태생 유대인으로 미국에서 과학저널리스트로 활약하는 데이비드 베레비. 인간 부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과 마음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을 분류하는 단위는 가족, 학교와 직장, 지역사회, 국가, 종교, 민족, 인종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여기에 동호회, 특정한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 출퇴근길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 범주는 실로 폭넓다.
 책은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것이 한낱 `편 가르기’에 지나지 않는데도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지를 파고든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심리학 자료를 통해 인간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 마음이 만들어내는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결과물임을 알려준다.
 18세기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백인 찰스 존스턴이 좋은 예다. 평범한 백인으로 산 그는 1790년 쇼니 인디언 부족에 포로로 붙잡히고 말았다.
 다른 포로라고는 흑인 노예 한 명뿐. 그때를 존스턴은 이렇게 회상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가까이하지 않았을 불쌍한 깜둥이가 내 동료이자 친구가 됐고, 내 마음은 아주 편안했다.” 존스턴은 `흑인 대 백인’이라는 분류가 아무 소용없고 오히려 `쇼니 인디언 대 영어 사용자’라는 분류가 더 적절한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존스턴이 평생 고수해온 인종 구분을 무시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베레비는 이처럼 인간 부류를 규정하는 것은 상황과 마음이라고 결론내린다.
 “누군가를 구분짓는 코드는 바로 당신의 머릿속에 있으며 당신에 의해 매일 새롭게 만들어진다. (중략) 다시 말해 `우리-그들’의 코드가 당신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 코드를 지배한다. 인간 부류와 더불어 어떻게 살아갈지는 당신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한 개인을 단 하나의 인간 부류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베레비는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인간의 `부족적 감각’이라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작은 방 안에서 혼자만 그룹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낸 사람은 누가 봐도 그룹의 의견이 틀리다는 점이 명백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바꾼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묵은 넌센스 퀴즈 하나. “`남과 여’ 사이, `너와 나’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정답은 `과’와 `와’이다. 남과 여든, 나와 너든, 그 사이에는 단지 단어와 단어를 이어주는 조사만 존재한다.
 명저 `나와 너’(Ich und Du)에서 인간을 사물화시키지 말고, 나와 너의 인간적인 만남을 중시하라고 설파한 종교철학자 마틴 부버(1878∼1965)가 연상되는 퀴즈라고나 할까.
 /여정엽기자 bit@
 
 
 
>>눈에 띄는 새책

 
 △자유의 새로운 공간(정치·사회과학/안또니오 네그리·펠릭스 가따리 지음, 조정환 편역)
 네그리가 레빕비아의 감옥에서 가따리와의 소통을 통해 쓴 열정으로 가득찬 책.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난, 치열해지는 경쟁, 패배감과 실의로 얼룩진 정서를 되돌아보게 한다.
 갈무리/ 1만3000원.
 
 △역사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고대 DNA 이야기(과학/애너 마이어 지음·이한음 옮김)
 고고학 또는 역사 연구에 활용되고 있는 DNA 기술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고대 DNA는 살인사건, 끔찍한 질병, 실종 미스터리, 멸종된 동물들, 그리고 인간의 기원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내는데 이용되고 있는데…. 좋은생각/1만2000원.
 
 △황금붓의 소녀(프랑스 소설/마리 베르트라 지음·최정수 옮김)
 2006년 프랑스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17세기 스페인, 불우한 환경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자신만의 꿈을 이뤄가는 한 소녀가 주인공. 마리아의 유일한 즐거움은 마을 변두리에 버려진 오두막집 벽에 불에 탄 나뭇조각으로 동물그림을 그리는 것. 하늘고래/9000원.
 
 △나당전쟁사 연구-약자가 선택한 전쟁(역사/서영교 지음)
 당과 토번의 전쟁이 격렬할 무렵과 휴전했을 당시의 모든 기록들을 검토하고 있다. 토번 내부의 변화가 한반도와 서역에서 양면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당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어 그 여차가 한반도로 밀려왔기 때문이다.
 아세아문화사/ 2만3000원.
 
 △다시 쓰는 간신열전(인문·역사/최용범·함규진 지음)
 한국사 속에 간신이라 칭해진 인물들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왕의 남자’가 된 간신들, 왕권까지 넘본 세력가, 간신의 누명을 쓴 사람들, `대세’를 따른 소인배들. 아울러 오늘날에도 과연 누가 간신인지, 그런 간신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를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페이퍼로드/1만2000원.
 
 
 
 
>>함께 읽는 어린이책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초등 2~4년/우봉규 글·이육남 그림) = <곶감과 호랑이> 설화를 바탕으로 감에 대한 고문의 기록과 영양 상식, 곶감을 약으로 쓰는 방법에서 곶감을 말리고 잘 고르는 방법까지, 곶감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을 풀어준다. 스콜라. 68쪽. 9500원.
 
 △사커 잉글리쉬(초등 전학년/정연재 남상욱 글·임해봉 그림) = 누구나 좋아하는 축구를 소재로 삼아 아이들에게 영문법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한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네 명의 주인공이 마을을 정복하려는 마왕과 악마들과 마법축구를 하는데…. 아이월드. 192쪽. 8900원.
 
 △화요일은 머리 감는 날(4~8세/우리 오를레브 글·제키 글라익 그림·유혜자 옮김) = 머리 감기 싫어하는 아이를 변화시키는 책. 물에 빠져 죽을 것만 같다며 머리 감기 싫어하는 미카엘의 모습은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고, 어릴 적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다북스. 32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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