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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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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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바퀴를 에이는 하늬바람도/양평골 소주병을 깨뜨린 강추위도 /헛간에 쌓인 씨감자의/파란 싹을/ 더는 어쩌지 못한다.’(김장호의 ‘입춘’ 부분) 시인은 이렇게 매서운 겨울도 씨감자의 씨눈을 어쩌지 못한다며 봄의 시작을 노래했다. 마음 탓인가. 요 며칠 춥다고는 하나 과연 산골 어느 농가의 광에서는 씨감자가 조용히 싹을 틔우겠다 싶게 온기가 느껴지는 입춘(4일)절기다.
예년 같으면 음력설을 전후하여 들지만 올해는 아직 설을 보름이나 남겨놓고 찾아온 입춘이다. 음력상으로 올해의 두 번째 입춘인 셈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쌍춘년이라며 결혼을 서두르는 등 의미를 부여했지만 음력에서 3년에 한 번씩 윤달이 들 때마다 입춘은 두 번 들게 되니 별 특별한 해는 아니다. 그런데도 비공식 통계상으로 2006년의 결혼 커플 수가 평년보다 1.5배나 많았단다. 쌍춘년 결혼러시가 하나의 풍습으로 굳어질지 모를 일이다.
흔히 입춘민속으로 입춘첩(立春帖) 써 붙이는 일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입춘일 전날 밤에 몰래 선행을 실천하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란 풍속도 있었다. 산업사회로 넘어오던 무렵까지 시골마을에서는 밤중에 몰래 냇가 징검다리를 손보는 사람도 있었고 동민들이 이용하는 길을 고쳐놓는 사람도 많았다.
입춘방으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이 일반적이지만 다른 것도 많았다.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자되기를 바란다는 글귀도 있었고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열린 문으로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란다.?는 것도 있다. 올해는 모두가 적선도 많이 하고 건강하며 돈도 많이 버는 해가 되기를 빌어보는 입춘절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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