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딛고 마음 내려놓자 절실한 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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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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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 11년 만에 7집 `수니 7’ 발표
▲ 정규 7집 음반 발표하는 가수 장필순.

 마포구 서교동의 한적한 골목에 있는 카페. 긴 생머리에 검은색 민소매 셔츠, 발목까지 덮은 알록달록한 치마를 입은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그는 자택이 있는 제주에서 새 앨범 인터뷰를 위해 하루 전 상경했다. 지난 2005년 제주에서도 외진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터를 잡은 그는 자연 빛에 그을린 듯 건강 해보였다.
 “2-3년 전에는 선크림을 발랐는데 지금은 로션도 안 바른다”며 순리대로 산다는투다.
 27일 발매하는 장필순의 7집 `수니(Soony) 7’은 2002년 발표한 6집 `수니 6’ 이후 11년 만. 6집은 소리바다가 선정한 `2000년대 베스트 앨범 100’에서 1위로 뽑힐 정도로 평단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음악 생산에 속도를 내지 않았다.
 “6집 이후 역으로 음악에 손을 좀 놓고 싶었어요. 6집 결과가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기운 빠지는 부분도 있었고 제 앨범에 조바심을 내고 신경 쓸 마음의 여유도 없었어요. 기한을 정하지 않고 천천히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에 이르렀죠.”
 7집은 그의 제주 집에서 `홈레코딩’으로 완성했다. 역시 제주에 사는 그의 음악동반자 조동익이 진두지휘를 했다. 장필순과 음반기획사 `하나음악’에 몸담았던 식구인 싱어송라이터 이규호와 고찬용 등이 작곡자로 참여했다. 이규호와 스트링 편곡을 맡은 박용준, 엔지니어 이정학 등은 앨범 작업을 위해 몇 차례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방음을 위해 작은 방에 담요를 치고 예민한 소리를 잡아내지 않는 마이크 시스템으로 녹음했다. 서울에 있는 신석철의 드럼 연주를 녹음할 때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이용해 집과 스튜디오의 컴퓨터끼리 원격으로 연결, 실시간으로 작업했다. 믹싱까지 제주에서 마무리하고 마스터링만 서울에서 했다. 전문 스튜디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다.
 이처럼 음악 지기들과 공동체를 이뤄 자급자족한 그의 음악은 일렉트로닉적인 요소를 담은 6집과 달리 어쿠스틱한 색채가 강해졌다. 그로 인해 수록곡들은 마치 한 몸처럼 통일성을 지녔다. 장필순 뿐만 아니라 조동익, 고찬용, 박용준 등 사운드를 채우기보다 덜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배인 것.
 그러나 곡마다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건반, 현악기, 전자음, 효과음들이 악센트를 줘 듣는 재미를 높인다.
 밴드 연주에 전자음을 쌓은 `무중력’, 건반 솔로가 이끌고 현악기와 `지지직’거리는 효과음이 뒤를 받친 `맴맴’, 조동익의 아들 조민구가 맛깔 나게 랩을 더한 `휘어진 길’ 등 사운드 디자인이 탄탄하다.
 돌이켜보면 1982년 대학연합 음악동아리 `햇빛촌’으로 데뷔해 1983년 여성듀엣 `소리두울’ 활동, 1989년 솔로 1집 `어느새’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 문법은 올곧게 실험적이었다. 역시 같은 행보다.
 수록곡의 노랫말은 마치 여러 편의 서정시 같다. 그가 허스키한 음색으로 낮게 쏟아낸 가사는 추상적이고 때론 관조적이다.

 `솜처럼 나는 무중력, 두 발 힘껏 힘주어 솟아오르지’(`무중력’), `외롭지 않니? 귓가를 스쳐가는 젖은 바람이 물어온다’(`그리고 그 가슴 텅 비울 수 있기를’), `깜박 졸다 다시 졸다, 매미들 합창 소리 커진다, 나나나 맴맴~’(`맴맴’).
 제주로 옮겨오고서 첫 앨범인 만큼 공간 이동이 준 변화인지 물었다.
 “환경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겠죠. 이전 도시 삶과 패턴이 달라져 보고 듣는게 다르니까요. 때론 향수병도 있지만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있거든요. 하지만 나이 탓도 있겠죠. 제 안에서 모나고 부딪히던 것들을 더 내려 놓았으니까요. 그래서 가사 이면을 보면 조용히 달래주는 듯하지만 한층 절실하죠.”
 제주의 일상은 거칠지만 윤택하고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지만 풍요롭다고 했다. 산간 지역이어서 휴대전화가 잘 안 터지고 작은 물건이 필요해도 멀리 움직여야 한다. 가뭄 때는 단수가 되고 여름에는 모기와 나방들이 살풀이하며, 눈이 쌓이면 옴짝달싹 못해 며칠씩 갇힌다. 대신 흙을 딛고 살며 텃밭에서 고추, 가지를 비롯해 로즈마리, 레몬밤, 바질 등의 허브를 키우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그는 “도시의 삶이 몸에 밴 사람에게는 며칠만 좋은 고달픈 곳”이라며 “고왔던 손 마디가 굵어져 처음엔 `기타를 못 치면 어떡하나’란 걱정도 했다. 지금은 두려움이 없다. 강해졌다기보다 접을 줄 알게 된 것”이라고 웃었다.
 장필순의 삶은 다음 달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결혼하는 서문여고 후배 이효리에게도 영향을 줬다. 3년 전 유기견을 돕는 캠페인송을 작업하며 친분을 쌓은 이효리는 이상순과 함께 장필순의 제주 집을 곧잘 찾았고 결국 인근에 살 집을 짓고 있다.
 장필순은 “영향을 줬다기보다 이효리의 내면에 그런 삶에 대한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며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 중 감수성이 예민한 애는 석양을 넋 놓고 바라볼 테고, 물장난만 하다 지친 애는 해가 지는지도 모르지 않나. 자연에서 심적으로 안정을 찾길 원하는 생각이 있었으니 내 모습에 마음이 동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40년 넘게 산 서울이 4분의 1도 안 산 제주보다 차츰 낯설어진다고 했다.
 “제주는 고향이 아니지만 이제 낯선 곳도 아니에요. 젊었을 때 돈도 벌어봤고 부지런히 일도 해봤는데 지치고 힘들 때 돈을 벌어 여유 있는 것보다 도태되는 듯 불안해지는 기분에서 벗어난 지금의 삶이 더 좋아요.”
 그리고 그곳이 한층 살 만한 건 조동익, 조동진, 윤영배 등 노래하는 삶을 채워주는 존재들이 역시 터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늘 함께 해온 조동익은 장필순을 잘 읽어주는 조력자다.
 그는 “노래만 하는 가수가 아니다 보니 편곡 등 내 능력 밖의 일이 많은데 조동익 씨는 조력자로서 100% 이상의 존재”라며 “음악 성향이 같고 내 음색에 맞게 곡 해석을 해주고 말하지 않아도 뭔가를 채워주는 존재”라고 고마워했다.
 그는 오는 11월 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7집 발매 기념 공연을 펼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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