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心으로 돌아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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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心으로 돌아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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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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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뉴스
 
 애초부터 보나마나한 게임이었다. 개막 전부터 승패가 판가름 난 경기였기 때문이다. 승패 뿐인가. 팀별 득점까지도 경기 시작 전에 거의 결정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여러 정황 조건상 막강한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팀이 경기 초반부터 패배를 예단하면서 다만 영패(零敗)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관중들을 향해 큰 소리로 읍소한 지경이었다. 당연히 결과는 그 `막강 팀’의 참패로 나타났다. 영패를 면한 것만이 다행이라고 할까. 5·31 지방선거는 그렇게 끝났다.
 정치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당장의 현상과 향후 전망을 `미시정치’와 `거시정치’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면 선거결과 드러난 지역, 계층, 세대별 득표 상황 분석은, 미시정치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경우 그런 미시적 분석을 통한 표심(票心)의 총체적 예측은 선거 운동기간에 집권 여당 쪽에서 나와 있었다. 
 선거기간 동안 보도된 대로 여당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 내용이 그대로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옳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추진하는 태도에 잘 못이 있었다. 독선과 오만이 있었다”. 맞다. 정확한 미시분석이었다. 그러나 크게 보면 그것만으로는 겸허하고 성실한 자기 성찰이 될 수가 없다.
 여당의 선거전 자체분석은, 말하자면 집권이후 3년여의 개혁이 그 철학과 정신은 옳았지만 추진 방법과 자세가 잘못되어 민심이 등 돌렸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국민이 집권당의 그와 같은 반성의 진정성을 신뢰하지도, 수용하지도 않았음을 여실히 확인시켜 주었다.
 왜 그렇게 됐는가. 한마디로 개혁을 명분으로 하는 국정운영의 기조 그 자체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국정 운영에서 이념적 편향-정확히는 좌파적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 왔다. 문제는 그런 이념 편향의 정책들이 정권의 의도와 달리 실패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구태어 여러 예를 적시할 필요가 있을까. 투표일 이틀 전에 보도된 강남지역 아파트 한 가구의 매매가격이 바로 실패의 단적인 사례다. 73평형 아파트가 47억여원에 팔렸다는 것이었다. 평당 가격이 6500여 만원이다.
 이를 두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대한 확실한 물증이라면서 `세금 폭탄’으로 비유되는 부동산 정책의 정당성 논거로 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판자들에게는 그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야 말로 정책 실패의 명백한 증거가 된다. 판정은 뻔하다. 선거에 즈음해서 정부가 전파한 양극화 논리가 대중들에게 비슷하게라도 먹혀들어 갔다면 결과는 집권당에 이토록 참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평등주의 혹은 반시장 정책의 패배인 셈이다.
 부동산뿐인가. 이 정권이 집요하게 매달려온 제반 개혁정책들은 내용에서 뿐만 아니라 추진과정에서도 나라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 적지 않은 상처를 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 이와 같은 나라의 정체성 훼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보아야 한다.
 실패에, 패배에 교훈이 없을 수 없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투표일 직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리 토로한 패장의 심경이, 이 정권이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하느냐를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이제 무심(無心)으로 돌아 갈 수밖에…”
 무심의 경지는 무욕(無慾)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정권 재창출을 겨냥한 이른바 `민주평화 개혁 세력 대연합’ 등의 소리를 입 밖에도 내서는 안 된다. 누가 민주 평화 개혁 세력이란 말인가.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국정운영의 이념적 기조를 바꾸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만 그나마 남은 1년 남짓 동안 정권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선거 승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 답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 “민심의 흐름으로 수용하겠다”고 민심을 존중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틀만에 반전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들끓고 있다. 노 대통령을 향해 삿대질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쯤되면 노 대통령의 결심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미루고 미뤘던 열린우리당 탈당 아닐까. 정국은 다시 예측불허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국민들은 그래서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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