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김, 55년 대장정 노래 인생 마침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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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김, 55년 대장정 노래 인생 마침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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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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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은퇴 공연`굿바이 패티-패티김,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주인공·관객 눈물바다

 “오랜 세월 언제나 박수로 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무대를 떠나지만, 여러분의 곁에 항상 제 노래가 있기를 바랍니다.”
 가수 패티김(75·사진)은 “감사합니다. 굿바이!”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고 무대를 떠났다. 55년 무대 인생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26일 오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은퇴 공연 `굿바이 패티 - 패티김,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에서다.
 못내 아쉬워하는 팬들의 박수 소리가 장내를 가득 채운 가운데 무대 뒤편 전광판에 비친 이 베테랑 가수의 두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후배 가수 양희은, 이선희, 인순이, 이은미 등과 손자손녀들은 선배이자 할머니인 그에게 꽃다발을 건네 축하했고, 관객들은 팔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패티김은 마지막 공연을 위해 무척 공을 들였다. 25인 오케스트라, 50여 명의 합창단, 대북 퍼포먼스 연주자 5명, 객원 래퍼 5명 등 그를 제외하고서도 80명이 넘는 출연진을 갖췄다.
 또 유명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과 `구월의 노래’로 호흡을 맞추고, 후배 가수들과 함께 앙코르곡 `이별’을 불러 감동을 더했다.
 특히 평소 문화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소외 계층 1000여 명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 1000여 명을 초대하는 배려도 보였다.
 강렬한 대북 퍼포먼스에 이어 히트곡 `서울의 찬가’로 무대에 등장한 패티김은 `서울의 모정’ `사랑은 영원히’ `못잊어’ 등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은 노래들을 연이어 선사했다.
 일흔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에도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고, 리듬에 맞춘 동작은 절도 있었다.
 특히 T자형 무대 앞으로 나와 부른 `람디담디담’에서 “나를 떠날 때는 울지를 말어…행복했던 날들처럼 나를 보내주오”라는 가사는 마치 지난 세월을 함께 지켜준 팬들을 향한 메시지 같았다.
 “오늘 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초조하고, 긴장되고, 두려웠던지…. 그러나 오늘만 지나면 아임 프리(I’m Free)!”

 미 8군 무대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관객을 만난 것이 지난 1958년 8월이었으니,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세계 각지를 누비며 노래 외길을 걸은 셈이다.
 그는 장르를 넘나드는 유려한 창법, 시대를 앞서가는 카리스마와 세련됨을 무기로 `서울의 찬가’, `가시나무새’, `못잊어’ 등 많은 히트곡을 냈다.
 그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 일본 정부가 공식 초청한 최초의 한국 가수(1960년)’, `대중 가수 최초 `리사이틀’이란 표현 사용(1962년)’, `국내 첫 개인 이름을 내건 방송 프로그램 패티김 쇼 진행(1967년)’ 등 늘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또 1978년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고 세계적인 공연장인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에도 올랐다.
 그러나 패티김은 “목이 더 쉬면 어떡하나, 살이 찌면 어떡하나, 의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 부담감과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늘 어깨에 천만금을 지고있는 것 같았다”고 최초의 길을 걸으며 느꼈던 솔직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날 공연은 `가수’ 패티김으로서뿐만 아니라 `인간’ 김혜자(패티김의 본명)의 궤적도 짚어보는 자리였다.
 그는 딸 정아 씨를 비롯해 손녀손자를 곁에 앉혀 놓고 즉석에서 듀엣을 선보이기도 하고, 미8군에서 마이크를 처음 잡았던 기억을 되짚어보며 당시 불렀던 `틸’을 열창했다.
 “지난 1959년 정초 수천 명의 군인을 앞에 두고 오디션을 봤어요. 당시 가장 높은 점수인 A+를 받고 패티라는 이름으로 데뷔했죠. 그때 부른 노래가 `틸’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세월이 참 빨리 지나간 것 같네요”
 패티김은 후배 가수 조용필에 얽힌 인연도 들려줘 눈길을 끌었다.
 “어렸을 적 한동안 국악에 푹 빠져 `한 오백년’을 여기저기서 불렀어요. 그런데어느 날 라디오에 조용필의 `한 오백년’이 나오는데 너무나 잘 부르는 겁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그 곡을 부르지 않았죠. 조용필은 제가 참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입니다.”
 그는 이 마지막 공연에서 25곡이 넘는 무대를 꾸몄다.
 체조경기장을 꽉 채운 관객들은 앙코르곡 `마이 웨이(My Way)’ `체이즈(Chase)’`이별’이 끝나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저는 지난 55년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고, 또 진정한 축복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랑은 우리 생명의 `꽃’입니다. 사랑합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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