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 헤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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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 헤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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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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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와 벌’을 쓴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의 자존심으로 일컬어질만큼 뛰어난 작가였다. 그러나 `인간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렇질 못했다. 낭비벽이 심한데다 노름에 미쳐 손을 씻질 못했다. 노름판에서 판판이 돈을 잃고 들어와서는 결혼반지는 말할 것도 없고 아내의 구두까지 들고 나가 전당포에 잡히는 게 일상사였다고 한다.
 노름과 연관되는 서양 속담을 본다.`트럼프는 노름의 장부(帳簿)’라든가 `젊은 노름꾼은 늙어서 거지가 된다’든가 하는 것들이다.그러나 `예외없는 원칙은 없다’고 했던가. 18세기 영국의 윌리엄 노스모어란 사람은 노름으로 알거지가 된 대신 19년간 국회의원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전재산 85만 파운드를 카드 한 장에 걸었다가 쫄딱망하고 만 이 노름꾼을 유권자들의 동정표가 살려줬다는 이야기다.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 `헤까닥’이다. 한 순간의 착란으로 제정신을 잃고 마는 증세가 헤까닥이다. 사랑에 눈이 멀고,돈과 명예욕에 두 눈이 뒤집히면 `헤까닥’하기 십상이다. 마누라의 옷까지 움켜쥐고 전당포로 달려가던 도스토예프스키를 떠올리면 된다.
 얼마전 된서리를 맞은 성인 오락실이 되살아나고 있다. 철저하게 위장 영업을 하는 사행성 게임장에 잠입한 본보 기자가  쓴 어제 신문 기사를 보면 불법 성인 오락실은 떼돈을 긁어들이고 있다. 포항만 하더라도 쌍용사거리와 시외버스 터미널 일대에 10곳도 넘는 성인오락실이 성업중이다.이게 어디 포항만의 이야기일까? 이런 때 경찰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안 잡나, 못 잡나?”
 “본전 생각이 나서 다시 왔다.” 돈을 많이 잃었다는 어느 주부가 털어놓은 말이다. 그 많은 돈을 잃고도 `혹시나’해봤자 결과는 `역시나’일 게 뻔하다. 보들레르는 노름을 “인생의 단 하나뿐인 참된 매력”이라고 했다지만 이 또한 헛소리다. 노름에 `헤까닥’하면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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