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넥스 원조(元祖) 권오준의 포스코 부흥
  • 김호수
파이넥스 원조(元祖) 권오준의 포스코 부흥
  • 김호수
  • 승인 201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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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권오준에 거는 기대

[경북도민일보]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17일 차기 CEO로 첫 출근한지 사흘 뒤인 20일 조선일보는 `포스코의 치욕’을 전했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에 세운 동남아 최초 대형 일관 제철소’가 문을 연 지 이틀 만에 고장을 일으켜 3주일 넘게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 찔레곤 현지에서 제철소 화입식을 가졌으나 가동 이틀 만에 고로에서 쇳물이 새어나오는 사고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 크라카타우스틸과 총 30억 달러(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해 세운 이 제철소는 포스코가 해외에서 운영을 시작한 첫 번째 일관 제철소다. 이런 제철소가 멈춰섰으니 `초일류’를 표방해온 포스코로서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 인도네시아 제철소 가동 중단은 포스코의 정확한 현주소다. 작년 한 해 동안만 포스코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를 꼽으면 강릉 마그네슘 제련공장 페놀 유출 사고, 영월 포스코엠텍 공장 이산화질소 유출 및 폭발사고,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1공장 및 4고로 화재, 광양제철소 제2제강공장 화재 사고 등 끔찍하다. 고사라도 지내야 할 상황이다.
 포스코의 경영사정은 참혹하다. 매출은 2007년 31조에서 2013년 61조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조~7조원 수준이던 것이 3조원대로 떨어지며 영업실적이 50% 이상 악화됐다. 계열사는 70여 개로 늘었다. 영양실조에 걸린 공룡 꼴이다. 10조원도 안되던 부채는 30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권오준 이전’의 포스코는 그저 그런 철강 제품을 많이 만들어 싸게 팔아오며 버텨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제철이 등장하기까지는 경쟁자도 없었다. `독점’에 안주하며 축적된 자금으로 다른 산업을 기웃거리면서 무차별 M&A에 나선 결과는 실패로 끝났고, 기어코 철강경기 위축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이 모두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씨름해야 할 과제들이다.
 권 내정자의 일성(一聲)은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다. “포스코가 30년을 먹고살 것은 기술밖에 없다. 기술 기반의 회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철(製鐵)로 성장했으면서 철강 이외의 분야에 눈을 돌리다 위기를 맞은 포스코를 제철 본연의 모습으로 돌려놓겠다는 포스코 창업(創業)정신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캐나다 윈저대를 거쳐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금속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권 내정자는 국내외 최고 철강전문가다. 개발된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왔다. 포스코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파이넥스 공법 탄생의 일등공신이다. 국내외 시장이 권 내정자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초성(初聲)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 내정자의 장점은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그는 애초 유력한 후보가 아니었다. `연구소’가 그의 직장이었고 `연구원’이 그의 평생 직업이었다. 결국 그의 `기술 외길’을 포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정권만 바뀌면 외풍(外風)에 흔들려온 포스코를 바로 세울 적임자가 권 내정자라 할 수 있다.
 다만 권 내정자는 `경영(經營)’ 능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다. 그의 유일한 약점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경영’도 `기술’과 `제품’이 뒷받침돼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마케팅의 시작은 `품질’이다. 권 내정자가 강조한 `기본’은 바로 철강제품과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기존이 갖춰지면 `경영’은 따라온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이끌어 우리 국민이 자랑하는 기업, 국가 경제 발전에 지속 기여하는 기업의 위상을 굳건히 해나가겠다”는 권 내정자의 출사표에 큰 기대를 건다. 때마침 인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을 계기로 10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어온 포스코의 인도 현지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포스코의 해외생산기지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박 대통령이 인도 정부로부터 제철소 부지 환경 인허가와 함께 800만톤 규모 제철소 건설 부지(약 340만평) 확보는 물론 제철소로부터 300㎞ 내륙의 철광 광물 탐사권까지 주정부 약속을 확보한 것이다. 권 내정자로서는 이 보다 더 가치있는 취임선물이 없을 것이다. `권오준 포스코’의 순항과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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