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苦 못 먹어도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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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苦 못 먹어도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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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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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계 음유시인 'MC 스나이퍼'
 
외로이 늙어가는 독거노인 <고려장>
떠나간 그대 기다림 <봄이여 오라>
힘겨웠던 나의 어린 시절 <우리집>

 
“공익근무 생활이 음악인생 바꿔”
 전역 후 내면변화 담은 4집 발매

 
 
힙합가수 MC스나이퍼(본명 김정유ㆍ28·사진)는 힙합계 독립군이다.
 “랩 가사에 담기는 욕도 하나의 언어다” “힙합도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왕따’ 래퍼. 한국적인 `뽕짝’ 가락에 거침없이 가슴 속 얘기를 풀어내는 `힙합계 음유시인’이기도 하다.
 `스나이퍼(Sniper)’란 이름도 “한 발의 총알에 메시지를 담아 당신의 심장을 저격하겠다”는 뜻에서 붙였다.
 지난해 8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MC스나이퍼는 전역 후 첫 음반인 4집 `하우 배드 두 유 원트 잇(How Bad Do U Want It?)’을 발표했다.
 “내 음악은 메시지”라고 말하는 그가 3년 만에 풀어낸 이야기 보따리에는 공백기 동안 체득한 일기들이 18트랙에 빼곡히 담겼다. 사람 사는 게 똑같듯 `감추고 싶은 나만이 가진 슬픔’을 일반화해 귀를 끌어당긴다.
 “처음엔 제가 왜 공익근무요원으로 허송세월을 하나 고민했어요. 하지만 복무기간 26개월이 없었다면 전 음악을 가슴으로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죠.”
 `고려장’이란 노래엔 서울 서초구청 사회복지과에서 노숙자 보호 업무를 맡았던때 느낀 절절한 감정이 배어 있다.
 `저기 젖은 종이를 줍는 허리 굽은 노인네/다 튿어진 재킷으로 바람을 막네/이 밤에 삐그덕 리어카로 온 동네를 순회/자녀들은 어디있을까/혼자 꾸리는 생계/~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기초생활 수급자/거리를 항해하는 비에 젖은 수레가/너무도 힘에 부친 걸까~.’
 “새벽에 노숙자 보호와 단속를 위해 거리로 나갔어요. 특히 겨울엔 동사한 사람들이 있을까 살피곤 했죠. 어느 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박스가 산처럼 쌓인 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를 봤어요. 이마에 깊이 팬 주름살, 검은 때가 묻은 손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졌죠. 서글펐어요. 파고다공원에도 독거노인들이 많잖아요. 그런 게 현대판 고려장 아닐까요? 우리 사회에 기초생활 수급자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낮에는 공익 생활을 했고, 밤에는 녹음실에서’란 가사가 담긴 `웨어 앰 아이(Where Am I)’에는 1998년 언더그라운드에서 출발해 2001년 스토니 스컹크의 스컬과 함께 `스나이퍼 군단’이란 팀으로 활동하다가 현재 레이블 `스나이퍼 사운드’를 운영하며 힙합 크루 `붓다 베이비’(힙합그룹 배치기, K-Flow, 아웃사이더 등이 속해 있다)를 이끌기까지 혼자 힘으로 감내한 아픔이 담겨 있다.
 그는 “공익근무요원 생활을 하는 동안 50살 넘어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언제가 물러설 때인지, 나중엔 시골에서 시 쓰며 호프집도 운영하고 동물을 키우며 살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우리집’이란 노래엔 가난했던 가정환경에 대한 한편의 고백도 있다.
 “어린 시절 부유하지 못했어요. 공사판, 쓰레기차 청소. 보도블록 까는 일까지 별별 아르바이트를 다 해봤죠. 집을 갖고 싶어했던 어머니는 아파트에 사는 게 소원이었어요. 당시 무능한 아버지를 보며 가진 슬픔을 노래했어요. 가난한 자에겐 가지지 못한 것만 보이잖아요.”
 그러나 정작 타이틀곡 `봄이여 오라’에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강하게 묻어난다. 이 노래는 `J-POP의 여왕’인 일본 싱어송 라이터 마쓰토야 유미의 히트곡 `하루요 고이(봄이여 오라)’를 샘플링했다. 지난 해 9월 마쓰토야 유미의 노래 `노킹 앳 더 도어(Knocking At The Door)’를 듀엣으로 부른 게 인연이 됐다.
 “`하루요 고이’는 뉴에이지풍 같으면서도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순수한 멜로디의 노래죠.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여자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마쓰토야 유미는 흔쾌히 샘플링을 허락해줬고 `우린 이제 친구’라며 제 공연 때 꼭 불러달라고 했죠.”
 이외에도 그는 1988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쥔 `일본 음악계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와도 e-메일로 세대를 넘어선 우정을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2004년 사카모토가 작곡하고 MC스나이퍼가 작사한 노래 `언더쿨드(Undercooled)’를 듀엣으로 취입, 한 달간 현지에서 함께 활동했다.  /연합 MC스나이퍼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요즘 가요계에 대한 쓴소리 한마디를 던졌다. “지금 대중음악계엔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시대를 대변하는 `대장’이 없어요. 이젠 노래를 통해 그때 그 시절을 알 수 없게 됐죠. 음악의 다양성도 없고 스타가 나와도 서로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잖아요. 인기는 사막의 모래를 한 움큼쥐는 것과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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