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뚝 … 쓸쓸한 혼령
  • 경북도민일보
발길 뚝 … 쓸쓸한 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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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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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돌 현충일 … 포항 학도의용군 전승 기념관을 가다
 
1441명 호국 영령
월드컵 열풍에 묻혀
빛 바랜 과거로 전락

 
호국보훈의 달 6월.
나라를 위한 바친 애국 선열의 넋을 기리는 때다.
그러나 흘러간 반백년의 시간은 `현충일’을 빛바랜 과거로 만들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 이날은 그저 하루 쉬는 날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는 월드컵 열풍에 그 의미마저 실종될 판이다.
51돌 현충일을 하루 앞둔 4일, 국내 유일의 포항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를 찾아봤다.
 
 1441명 호국영령이 깃든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포항시 북구 용흥동).
 때가 때인만큼, 관람객들로 북적여야 할 이 이곳이 을씨년스럽다.
 국내 유일의 학도병 기념관이 현충일을 앞두고 문을 닫았기 때문.
 “월요일(5일)은 원래 휴관”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혼의 숭고한 뜻과 애국심에도 `쉬는 날’이 있는 걸까.
 기념관에 들어서자 참전 학도병 100여명의 흑백 사진이 빼곡히 들어찼다.
 애띤 얼굴 하나 하나에 `동심’과 애잔한 `상념’이 겹쳐진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최후 방어선인 포항에서 제3사단 학도의용군 71명은 포항여중(현 포항여고)에서 단독 전투를 벌였다.
 당시 중학교 2~3년의 학생신분으로 펜 대신 총검을 들었던 이들 중 47명이 전사했다.
 당시 전투에 참여한 최기영(76)전 포항지구 6·25 참전 학도의용군회 회장은 “당시의 끔직한 상황을 어찌 말로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오직 뜨거운 애국심 하나로 젊음을 바쳤다”고 회상했다.
 치열했던 민족상잔의 비극은 이제`전몰학도 충혼탑’과 몇장의 사진으로만 남았다.
 그러나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은 오히려 찬밥신세다.
 기념관 관람시기가 6~8월 집중돼 있지만 올해는 방문객이 월등히 줄었다는 것.
 한해 평균 2만여명이 이곳을 찾고 있지만 현재까지 방문객은 5700여명, 지난해 보다 20% 급감했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은 외지 `원정 관람객’이며 포항시민들의 발걸음은 소원한 현실.
 임경애(50·여)기념관 담당자는 “포항시가 현충일 추념식을 수도산에 위치한 충혼탑에서만 지내 이곳은 홀대받기 일쑤다”며 “특히 올해는 월드컵 영향 때문인지 단체 관람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식행사는 학도의용군회가 참전 영령들을 위해 매년 추념식(8월 11일)을 지내는 것이 전부다.
 지난 2002년 포항시가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최신식 기념관이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이름뿐인 기념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날 자녀와 함께 기념관을 찾은 주부 김도희(39·남구 연일읍)씨는 “아이들과 함께 현충일 체험학습차 기념관을 찾았지만 막상 휴관일이라는 말에 어의가 없다”면서 “말로만 호국보훈을 외치는 것 같다”며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이지혜기자 hok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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