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권오준 포스코 신임 회장이 14일 주주총회에 앞서 가장 처음 취한 조치는 기존의 방만한 경영구조를 `작고 강한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탄소강 △스테인리스사업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4개 본부 체제로 개편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영임원은 68명에서 52명으로, 기획·구매 담당 등은 31명에서 14명으로 `확’ 줄어든다.
권 회장의 조직 슬림화는 정준양 회장 체제에서 본연의 업(業)인 철(鐵)보다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림으로써 영업이익 급감과 신용도 추락이라는 포스코에 닥친 사상 최악의 위기를 특단의 각오로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초심(初心)인 `철’로 돌아가 영일만의 기적에 재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스코의 위기는 포스코의 상징인 `철’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포스코가 `철’에 관한한 `최고(最高)’라는 `과신(過信)’에서 철강 이외의 분야에 눈을 돌림으로써 철강업의 비중이 축소됐고, 급기야 철강경기가 냉각되면서 외부에 벌여놓은 사업이 도미노식으로 타격을 입고 말았다. “고성장 시장을 중심으로 철강관련 분야 M&A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철강, E&C, 에너지, ICT 등 4대 사업을 중심으로 차세대 성장축을 구축하겠다”던 의욕이 결국 포스코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2010년 전체 매출액 대비 74%를 차지하던 포스코의 철강업 비중은 2012년 55%로 줄어들었다. 이른바 포스코의 `잃어버린 5년’이다. `철에 관한 한 우리가 최고’라는 포스코의 자부심도 꺾였다.
5년 전 정준양 회장의 `비철강 부문 경쟁력 확보’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었다. 철강에 의존해온 포스코로서는 `차세대 먹거리’를 모색해야할 상황이었다.
비철강 부문 경쟁력 확보는 차세대 먹거리 차원의 전략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세계 철강 경기 침체, 현대제철 등 국내 경쟁자 출현, 엔저, 값싼 중국산 공급 등이 포스코를 엄습, 내상(內傷)을 입고 말았다.
권 회장이 “신규 투자보다 종전 기술과 마케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비전을 잡아나가고 있다. 철강에서 소재 기술을 좀 더 극대화해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이익 기여도가 높은 아이템을 더 많이 개발해 수익성 향상을 꾀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적확(的確)한 현실진단에서 나온 것이다.
포스코가 10여 년의 연구로 개발한 차세대 자동차용 초고강도강인 TWIP강도 있다.
두께는 얇지만 강도가 높아 차량 경량화와 안정성을 높이는 꿈의 소재다. 차체를 10% 경량화해 연료비는 3~7%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3% 줄일 수 있어 2015년부터는 자동차강판의 효자가 될 전망이다. 이미 TWIP강은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뉴판다’ 범퍼 등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월 준공한 멕시코 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자동차강판 생산능력은 연산 90만 톤으로 2배가 됐다. 위기의 포스코를 구할 구원투수들이다.
그러나 권오준 포스코 호의 순항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혁신(革新)이다.
관료주의,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 폐쇄적 `갑의 문화’와 순혈주의는 당장 시정해야할 적폐(積弊)다. 작년의 `라면 상무’ 사건이 가능했던 것은 포스코를 지배하는 `갑질’ 때문이다.
권오준 회장을 선택한 것은 포스코가 아니라 `시장(市場)’이다. 권 회장의 철강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가 이사회를 움직였고, 이사회는 시장의 요구로 이를 환치(還置)한 것이다. 권오준의 포스코 호가 순항하도록 포스코맨은 물론 정치권의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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