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인데 음악적 귀는 더 얇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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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인데 음악적 귀는 더 얇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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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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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 2년만에 11집 타이틀 `허수아비’로 컴백
친구·후배 음악가들과 작업…고집보단 융화 중시

 
 “`소맥(소주+맥주)’이 좋겠죠?” 김건모(39)다운 첫마디. 컵에 소주를 살짝 붓고 맥주를 따른 후 허공에 한바퀴 `휙~’ 돌린다. `경력’오래된 애주가의 마술처럼 `폭탄주’는 한방울도 쏟기지 않는다. 보통 스타라면, 이미지를 위해 술 먹는 걸 꼭꼭 감추는데 이 남자는 매번 “녹음 땐 술을 먹어야 노래가 제 맛”이라고 떠든다.
 “19살 때부터 성격이 이랬어요. 거의 매일 술 먹는데 감출 필요가 있나요? 술 안 먹는다고 해놓고 대중이 오며가며 제가 술 먹는 걸 보면 거짓말한 게 들통 나잖아요. `뻥쟁이’가 되긴 싫어요. 제가 술 안 먹고 전도하러 다니면 이 목소리가 안 나와요. 껄껄껄.”
 시원하게 한잔 들이켠 후 “어~ 이제 살 것 같다”며 흰 이를 온통 드러내고 웃는다.
 2년 전 레이 찰스에 빠져 솔(Soul)에 잔뜩 버무린 10집을 내놓았을 때와는 화색부터 다르다. 당시 음반은 2만~3만 장 판매에 불과, 15년간 1300만 장 판매 기록을 보유한 그를 무색하게 했다.
 그땐 방송 활동도 하기 싫었고 회사원들이 퇴직금 받아 귀농하고 싶듯 그도 그런 심정이었다고 한다.
 “사람의 기분이 그럴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느낌이 좋다” “기분이 `업’ 됐다”는 말을 남발한다.
 “음악적으로 `업’이 되면 대한민국 가수 누구라도 힘이 날 걸요? 큭큭큭.”
 방송 활동도 열심히 하고 타이틀곡에 이어 여러 곡으로 활동할 거란 말도 강조한다.
 그에게 기를 불어넣은 건 친구 작사가 김태윤과 후배 작곡가 황찬희, 윤일상.
 “과거엔 제 주장이 강했는데 저, 이번 작업하면서 음악적으로 귀가 얇아졌어요.후배 작곡가들 얘기 들으니 그게 맞더라고요. 녹음 때 다시 하라면 다시 하고, 전 마음에 안 들어도 그들이 `O.K’하면 그만부르고. 킬킬.”
 순도 100%의 발라드곡인 타이틀곡 `허수아비’ 등 주로 타인의 가슴에서 나온 곡들이지만 노랫말은 온통 김건모 얘기다.
 `반성문’ `한량’은 그 중 압권. “내 얘기를 써, 내 얘기를. 욕 빼고 방송될 만한 걸로”라고 밤새 써온 가사를 타박해 김태윤과 말다툼도 벌였다.
 `다리에 털이 많아서/발목이 너무 굵어서/화장이 너무 짙어서/얼굴이 나를 닮아서/다 갖춘 여잔 없단 엄마의 소중한 말씀/난 그냥 생각 없이 흘려 들었어/내 생애 황금 같은 시절은 가고/이제야 그때 그 말이 귓가에 울려~’(`반성문’ 中)
 `음주와 가무 속에 사는 나지만/내 할 일 다 하고 노니까~/하루는 한잔 술에 취하고/하루는 사랑으로 취한다/가진 것 상관없이 이 세상/늘 웃으면서 살고 싶은 나니까~’(`한량’ 中)
 “한량은 남자들의 꿈이에요. 졸리면 자고, 밥 먹고 싶으면 먹고, 결혼도 하고 싶을 때 하고. 그러면서 티 안나게 자기 일도 하고요. 어제 술 먹었던 김건모가 어느 날 공연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저, 괜찮은 한량 아닌가요?”
 그러나 `싱어(Singer)’를 통해선 16년째인 가수 생활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한다.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 우리 나이로 40살이 되니 어른이 된 것 같다고도 했다. “30대 남자는 다 애예요” 결혼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노래 가사처럼 떠나간 여자들이 그립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많아서 결혼할 수 없어요. 16년째? 이제 시작인 걸요. 공연도 더 많이 하고 싶고. 지난해 제 공연장에 여전히 많은 관객이 찾아오는 걸 보고 정신차렸죠. 초대권을 뿌렸나? 큭큭. 그래요, 제 기분이 `업’된 것 중에 공연도 있어요. 평소 제가 함께 음악하고 싶은 연주자들이 다 참여하거든요.”
 31일 울산 KBS홀에서 열리는 `김건모 라이브 콘서트’에는 강수호(드럼), 이태윤(베이스), 최태완(키보드) 등 최고로 꼽히는 연주자들이 뭉친다.
 “이태윤 씨는 제가 5번 만나 설득했어요. `그래 하자’는 말에 `난 좋은 곡을 열심히 노래하면 되는구나’라고 마음이 벅찼죠. 에릭 클랩튼처럼 말 안하고 노래만 하는 공연이 좋아요.”
 해외 활동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신승훈ㆍ이승철 등 9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모의 말이 박장대소를 하게 만든다.
 “전 외국 나갈 생각 없어요. 다 나가면 집은 누가 봐요. 저라도 서울을 지켜야죠, 헤헤. 전 여기가 좋아요. 나가면 소주값 비싸고. 고향 생각 나고 엄마 보고 싶어 전화비 나오고, 한국식당은 더 비싸고. 돈이 더 들어요. 푸하하.”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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