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짜증스런 날이 이어지고 있다.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도 의심스럽고, `국가개조’ 약속도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으로 흐지부지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후보자들의 자격을 둘러싸고 험악한 소리도 들린다. 연일 30도를 넘는 무더위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시국(時局)이다.
답답한 마음을 털어내기 어렵던 2일 아침 동아일보에서 눈에 `확 띄는’ 글을 발견했다. “가치관 흔들리는 한국, 경북 4대 정신문화 확산시켜야”라는 제목의 글이다. 광역단체장 3기 연임에 성공한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이 신문과의 취임 인터뷰에서 `경북 4대 정신문화’가 가치관이 무너진 이 나라의 유일한 솔류션이라고 강조한 것을 편집자가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김 지사가 강조한 `경북 4대 정신문화’는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운동’ 등 4가지의 가치에서 비롯된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화랑(花郞) 정신, 이 나라의 정신세계를 통섭해온 영남 사림파의 선비 정신, 북한 괴뢰군의 침공으로부터 낙동강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護國) 정신,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만들어낸 새마을운동을 일컫는다.
김 지사의 현실 통찰력에 “탁”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지금 이 나라는 흔들리는 리더십에, 무조건 기존체제를 무너뜨리고 보자는 파괴주의가 판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광란의 촛불과 난동꾼이 나라의 주인인양 설친다. 사이비 종교로 손가락질 받는 종파가 공권력을 비웃는다. 공영방송까지 본질을 왜곡한 짜깁기 보도로 공직후보의 무릎을 꿇렸다. 검증되지 않은 `권력’(權力)의 만행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해법(解法)을 말하지 않는다.
김 지사의 제언(提言)처럼 `경북’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지주(支柱)다. 경북에는 신라 천년의 사직(司直)이 곳곳에 베어있고, 그 바탕에는 화랑의 희생과 헌신이 흐른다. 화랑정신은 고려말 단심가(丹心歌)의 포은 정몽주(경북영천)의 충절(忠節)로 이어졌고, 세조(世祖)의 왕권찬탈을 조의제문으로 비판한 김종직 선생의 사림(士林)으로 면면히 계승됐다. 다른 지방에는 없는 수많은 서원(書院)과 향교(鄕校)는 그 징표(徵標)다.
김 지사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관련 있다. 우리 모두 공범(共犯) 아닌가. 정신문화, 가치문화를 되살려 꽃을 피워야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북은 항일독립운동을 거쳐 6·25전쟁 때 낙동강을 지켜내고 찌든 가난을 새마을운동으로 이겨냈다. 이런 저력을 대한민국의 에너지로 확산시켜 나가고 싶다. 이런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소중한 사회적 자본”이라고 강조했다. 광역자치단체장의 위치에서 나라의 가치관과 정신세계를 천착해온 김 지사는 도지사 이전에 선각자(先覺者)다.
김 지사는 경북 구미시장 3선에 경북도지사 3선의 `6선 단체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사 초선과 재선 때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번에도 77.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민선 6기까지 포함하면 24년을 자치단체장으로 일하게 된다. 그는 경북도민의 최대 숙원인 도청 이전을 성사시켰다. 도청은 118년 대구 시대를 마감하고 올해 연말이나 내년 6월 안동으로 이전한다.
경북의 새 도읍인 안동은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이나 퇴계 이황의 유학이 상징하듯 우리나라 역사문화의 본류(本流)다. “새 도청은 경북과 신라, 민족의 혼을 깨치는 중심이 될 것”이라는 김 지사의 강조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은 새로운 `스피릿’(spirit)이 절실하다.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장애물로 여기는 `쌍놈’ 정신, 나라를 위한 희생을 `손해’라고 여기는 망국적 발상을 뿌리뽑지 않는 한 이 나라에 희망도 없고 장래도 없다. 경북에 면면히 흐르는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운동 등 `경북 4대 정신문화’가 김관용 지사의 뜻대로 방방곡곡에 퍼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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