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이정현, 더 위대한 순천·곡성 유권자… 영남에서 야당 당선자 배출될 날을 고대하며
  • 김호수
훌륭한 이정현, 더 위대한 순천·곡성 유권자… 영남에서 야당 당선자 배출될 날을 고대하며
  • 김호수
  • 승인 20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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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정현 후보가 호남에서 첫 도전장을 내민 건 1995년 광주 광산구 시의원선거다. 그가 얻은 표는 10.05%였다. 그는 그 이후 19년 동안 세 차례 더 `호남(湖南)’이라는 `철벽(鐵壁)’에 도전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광주 서을에서 겨우 1.03%를 얻었다. 출마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결과였다. 그런 이 후보를 눈여겨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그를 당 수석대변인에 임명하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22번으로 공천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그는 광주 서을에 재도전했고, 39.7%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당선자가 7·30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선에서 49.4%를 얻어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호남이라는 철문(鐵門)을 성심성의로 두드린 도전과 고난의 행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정현 당선자보다 더 위대한 건 순천·곡성 유권자들이다. 종래의 투표 패턴으로 보면 `기호 2번’(새정연)에 대한 `묻지마 투표’가 당연했다. 더구나 새정연 서갑원 후보는 이 곳에서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재선의원 출신이다. 순천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과 의전팀장을 지낸 골수 `친노’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노 전 대통령을 지역구에 내걸어 `박근혜 대 노무현’ 대결구도로 끌어갔다. 그러나 순천·곡성 유권자들은 그의 `노무현 마케팅’에 넘어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서갑원 후보는 지역감정을 극도로 자극했다. 구원파 유병언 사체를 발견하고도 `변사자’로 처리함으로써 국민들의 분노를 산 전남경찰청장과 순천경찰청장 직위해제를 `호남 탄압’으로 몰고갔다. 유병언을 잡지 못해 인천지검장이 사표를 냈는데도 `직위해제’를 물고 늘어져 지역감정을 촉발시킨 것이다. 순천·곡성 유권자들은 서 후보의 지역감정 자극도 외면했다. 순천·곡성 유권자들이 위대한 이유다.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우리 정치가 정상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탄이다. 박정희-김대중 대립구도가 형성되기 이전 영호남은 지금 같지 않았다. 영·호남 후보들이 상대지역에서 출마해 당선됐고, 지역감정도 극심하지 않았다. 박정희-김대중 시절 잉태된 영·호남 지역감정은 김대중-김영삼의 등장으로 극심해졌고,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출마한 1987년 대통령선거로 최고점에 달했다. 그 이후 영·호남에서 상대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1987년 체제의 붕괴를 몰고온 것이다. 이정현 당선자와 순천·곡성 유권자들이 더욱 위대하게 보인다. 1996년 15대 총선 때 전북 군산을(乙)에서 신한국당 강현욱 의원이 당선된 적이 있지만 이번과는 상황이 다르다.
 영남에서도 완고한 지역감정의 장벽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불과 한달 여 전에 실시된 대구시장선거에서 새정연 김부겸 후보가 악전고투 끝에 41만8891표를 얻어 40.3%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는 2012년 대구 수성을에서 40.3%의 득표를 기록한 사실이 있다. 부산 사하을에서는 새정연 조경태 의원이 벌써 3선을 기록하고 있다. `영남의 이정현’이 등장하는 것은 먼 일이 아니다.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중앙당의 지원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더 값진 승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 가운데 누구도 선거기간중 순천·곡성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 후보 곁에는 오로지 부인 김민경(50)씨가 있었을 뿐이다. 더구나 부인 김  씨는 유방암 투병중이다. 김씨는 선거기간 내내 아픈 내색을 감추고 환한 미소와 따뜻한 악수로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이정현 후보의 곁을 끝까지 든든하게 지켰다. 순천·곡성 유권자들은 이정현 후보의 “예산폭탄” 공약 때문에 이 후보를 선택한 게 아니다.
 이 당선자는 “국민 여러분은 저와 함께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함께 했다”며 “우리 모두가 그렇게 간절히 바랐던 이 지긋지긋한 지역구도를 타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꼬를 터 주셨다”고 했다. 그렇다. 이 후보의 도전과 당선을 계기로 영호남에서 상대당 후보가 능력이 있고 성실하다면 선뜻 뽑아주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이정현과 순천·곡성 유권자들은 정말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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