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공무원의`甲’도의원?
  • 김호수
경북도공무원의`甲’도의원?
  • 김호수
  • 승인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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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최근 경북도의회 앞마당엔 노란 옷차림을 한 공무원 10명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10여 분이 흐른 뒤 리무진 버스 한 대가 경내로 들어섰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도열대형을 이뤘다. 버스 문이 열리자 그들의 허리가 일제히 굽어졌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들이었다.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은 경북도청 수뇌부였다. 제주도에서 2박3일 연찬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도의회 행복위원들을 도열해서 맞이하는 광경이었다. 마치 열병식 같았다. 이날은 을지훈련 중인 날이었다.
 경북도청 간부들은 이날 왜 을지훈련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도의원 영접에 나섰을까? “상임위 소속 의원님들이 온다는 연락까지 왔는데 안 와볼 수 없어 나왔다.” 현장에 나왔던 한 도청 간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도청 간부들이 일제히 영접에 나선 것을 보면 그 `전화연락’이란 것의 무게가 천근만근쯤 되는 듯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간부들에게 똑같이 말이다.
 이날 도청 앞마당 소묘(素描)는 이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뒷맛은 영 개운치가 않다. 왜 도의원들은 목을 곧추 세울 수 있는 의전에 그리도 연연하는가? 왜 도청간부들은 을지훈련을 밀쳐놓고 도의원 영접에 공을 들여야 하는가? 어찌 보면 세상 물정이라곤 생판 모르는 책상물림의 의문일수도 있겠다.
 집행부와 의회는 1대1 대등한 관계다. 교과서 같이 말하면 그렇다. 그런데도 현실을 보면 저울추는 의회 쪽으로 기운다. 원인이야 많다. 가장 큰 부분은 `뭐니뭐니 해도 머니(예산)’이다. 시쳇말로 하면 그렇다. 예산을 심의하고, 삭감도 하고, 증액도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쪽이 의회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집행부는 예산안이 칼질당하지 않고 원안대로 통과되기를 바라는 쪽이다. 그러니 먼저 수그러들게 마련이다. 칼자루를 잡은 쪽은 의회다. 그러니 집행부 앞에서 의회 쪽이 무게를 잡는 것도 이런 역학관계를 짚어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전화연락까지 받고도 안 나와 볼 수 없어서 나왔다는 도청 간부의 변명이 거짓없는 실토임을  실감하지 못한다면 시쳇말로 그는 `센스가 발꿈치’인 사람이다.
 도의회 앞마당의 소묘는 단순한 밑그림이 아니다. 이 나라 지방의회와 집행부의 관계를 한눈에 읽을 수 있게 하는 채색화다. 집행부는 `알아서 기어야’한다. 그래야 눈앞의 국면이 얽히고 설킨 실타래 같더라도 잘 풀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 예산안도 지키고, 추진하려는 각종 사업도 잘 굴러가게 하려면 자세를 한껏 낮춰야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도의회는 칼자루를 잡고 있으니 당장은 강자의 자리에 선 것같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목에 힘이 들어가고, 을지훈련 중인 공무원들도 불러내 `폼’잡으며 영접도 받는 의전도 누리게 된다.
 그렇다고 그 권세와 영화가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가 지방의원들에겐 가장 두려운 상전이다. 그 선거에선 시장의 논리가  통한다. 상품이 제아무리 흠 잡고 탓할 데가 없다고 자신한들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허섭스레기와 다를 게 없다. 마찬가지로 선거판에 제아무리 휘황찬란한 정책을 내걸어도 유권자가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정치판에서 목청 크던 사람도 옷깃에서 배지가 반짝이지 않으면 그 인생은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놀 물’이 없으니 `놀던 물’이 제아무리 좋았던들 도로 아미타불이다. 한두 번 봐온 일도 아니다. 결국 의회와 집행부는 서로 꼬리를 물고 있다해서 지나칠 게 없다는 얘기가 되고 만다.
 공무원은 정치판에 데려다 놓으면 꾸어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보인다.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선다. 도청앞마당에서 잠깐 벌어진 일이 그 좋은 사례다. 그러면 공무원은 영원한 약자이고 `밥’인가. 그렇지가 않으니 요지경 속이다. 정치판 큰 물에 진출한 관료 출신들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그들도 관료로서 의자를 지키고 있는 동안엔 영접도 하고 접대도 했을 것 아닌가. 변신한 공무원은 능굴능신(能屈能伸)의 대명사라고 한들 크게 탓할 일도 아닐 것같다. 갑(甲)의 위치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그 결정권은 국민이 쥐고 있음은 영원한 진리임을 뼛속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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