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쇳물인생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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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쇳물인생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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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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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쇳물 연금술사’ 포스코 김운진 취련사  
 
포항시 영일만에 자리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세계의 쇳물을 출선하는 철강공장이다.
지난 20일 대형 철구조물이 즐비한 2제강 공장을 찾았다. 김운진(55) 취련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공장 입구에서 맞은 김 취련사는 왜소한 체구였다. 그러나 그에게 32년의 쇳물 인생이라는 장인의 기운이 느껴졌다.
김 취련사는 “쇳물 인생이 자랑스럽다”면서 “후배들은 장인정신을 갖고 부단한 자기계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시대 생존 요구
 후배들 장인정신으로
 자기계발 노력에 힘써야”

 
 
“제철 보국 자세로 근무
 고교때 맺은`쇳물 인생’
 인도에서 정리하고 싶다”
 
 
 
 
 
 - 쇳물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동지상고 재학때다. 1968년 4월1일 당시 포항종합제철소 준공식에 고물 엿장수로 가장 행렬에 참가했다. 작업복을 입은 포스코 직원들이 근사하게 보였다. 군 복무후 직업훈련생으로 포스코에 입사하게 됐다. 엿장수도 고철을 수집하는 것인데 아마 학창시절의 가장 행렬이 내 인생을 쇳물로 이끈 것 같다.”
 - 32년 쇳물 인생이다. 어떤 자세로 근무했는가.
 “포항제철소 1~2기 고로(용광로) 설비 가동중에 입사해 3~4기와 광양제철소 건설 등 포스코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 했다. 하면 된다는 `우향우’ 정신과 `제철보국’의 자세로 생활했다. 포스코 직원이면 모두 같았을 것이다. 이것이 국가경제 발전에 큰 몫을 했다.”
 -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82년쯤이다. 충북선 철도 복원공사에 사용할 철도 레일을 생산했다. 당시에는 철도 레일이 강철이라 국내에서 생산이 힘들었다. 그때 취련사로서 쇳물의 강도를 측정해 양질의 철강제품을 생산해 냈다. 지금도 충북으로 여행하면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지금은 다른 레일로 교체됐지만…”
 - 입사 당시와 현재의 포스코를 비교하면.
 “당시는 철근, 양철판 등 범용강 생산의 수준에 불과했다. 30여년이 흐른 지금은 세계 유수의 철강사로 성장했다. 조강량이나 기술, 경영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다. 포스코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을 정도다. 특히  5월 말께 준공하는 파이넥스 공장은 포스코가 자랑하는 최첨단 제철기술이다. 전세계 철강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제철소 근무가 쉽지 않을텐데.
 “1500도에서 쇳물이 쏟아진다. 조업 특성상 다른 제조업보다 훨씬 힘들다. 그러나 남자라면 해보고 싶은 일이다. 불구덩이속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나면 진한 자부심을 느낀다.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쇳물과 함께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러워 신혼 초 아내에게 공장견학을 시켰다. 자식들에게도 부끄럽지 않다. 철의 역군으로서 긍지를 느낀다.”
 - 제철기술을 어떻게 배웠나. 장인 정신이 부족한 현실인데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시는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일구는 것이 급선무였다. 해외 선진 철강사들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무모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철강기술을 습득했다. 요즈음 후배들은 몸보다 머리를 우선으로 한다. 선배들의 노하우와 설비 첨단화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후배들은 장인 정신과 자기계발에 대한 노력이 다소 부족하다. 글로벌 시대의 생존은 우리 세대보다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 분발해 주었으면 한다”
 - 포스코의 현재 위치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전략은.
 “포스코의 한해 조강량은 이미 3000만t을 넘어섰다. 세계 철강사들 가운데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방심할 수 없는 현실이다. 포스코가 100이라면 일본은 115, 중국은 90 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급성장해 추격이 날로 거세다. 또 일본은 여전히 우리보다 한수 위다. `샌드위치’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철강업계는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고 일본을 잡기 위해서는 스테인리스, 자동차강판, API강재 등 고급강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 또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품질에 대한 부가가치 향상과 원가절감에 힘쓰야 한다.”
 - 내년 8월 정년이다. 남은 쇳물 인생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요즈음 들어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입사때의 흥분과 조업후 동료들과 막거리 한잔으로 피로를 풀던 것이 엊그제 인데… 포스코가 인도 오리사주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인도에서 쇳물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근력이 충분하다.” 글/이진수·사진/임성일기자    
  
 
 
 △ 김 취련사는...
 포항에서 출생해 동지상고를 졸업했다. 76년 직업훈련생(8기)으로 포스코에 입사해 쇳물 인생을 살고 있다.
 1980년 취련사로 명받아 85년 8월까지 취련업무를 수행했다. 97년부터 2005년까지 전로주임을 거쳐 현재 2제강 공장에서 기술주임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마라토너다. 서울국제마라톤 등 각종 대회에 참가했으며 풀코스를 10회 완주했다. 부인 이복자씨와 4월13일 영국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
 반 평생의 쇳물속에 42.195㎞의 마라톤이 포함돼 있다
 
 △ 제철소의 꽃 취련사(吹鍊士)
 우수한 철강재 생산에 있어 취련 과정은 필수적이다.
 취련은 고로에서 녹인 1300도의 쇳물을 전로에 부은뒤 산소를 불어넣어 황 인 탄소 규소 망간 등 5대 불순물을 제거해    쇳를 정련한다. 뒤이어 새로운 첨가물을 섞어 다양한 품질과 성질의 철강재를 만들어내는 공정이다.
 불꽃의 형태는 매우 미세하다. 이를 육안으로 식별해 탄소 함유량을 0.1%로 맞추어야 한다.
 장인의 순간적인 직감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취련사는 쇳물에 대해 탁월한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흔히들 취련사를 `제철소의 꽃’이나 `연금술사’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운진씨는 “취련사는 불꽃의 세기와 색깔, 즉 불의 형태를 보고 쇳물의 강도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김태용 홍보과장은 “오랜 세월 피나는 노력과 경험의 소산으로 취련사가 탄생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취련 공정이 자동측정기 등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컴퓨터와 자동화 기기보다 뛰어난 것이 취련사들의 노하우며 기술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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