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청소를 해도 화장실 청소는 일종의 `벌’인 게 통례다. 이렇듯 모두가 싫어하고 꺼리는 일이지만 누군가가 앞장서 하면 그 덕분에 나머지 사람들은 좋아지는 게 청소다. 시가지 청소 또한 다르지 않다.종래 청소부라 부르던 이름을 환경미화원으로 격상시킨 것도 이런 노고에 대한 답례이기도 하다.
경주시가 엊그제 환경미화원 합격자 16명을 발표했다. 46대1이나 된 경쟁률도 관심거리였는데 막상 뚜껑이 열리니 더욱 놀랍다. 합격자 가운데 대졸이 13명으로 81%를 차지한데다 여성도 3명이나 됐다. 굳이 `가방 끈’이 길어야 할 일도 아니고 여성에게는 힘겨울 성 싶은데도 사회 통념이 보기좋게 깨져버린 꼴이다.
이 현상을 놓고 이런저런 의견들도 나왔지만 취업난, 더구나 청년실업이 심각한 현실에선 격려해줘야 할 일이다. 중견 기업 간부를 지낸 40대도 합격했다니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엔 아직도 `체면’이 실천의 발목을 잡는 올무 노릇을 하고 있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왕년의 금테’도 은퇴하고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용기야말로 참 용기라 할 수 있겠다.
개인 이야기를 해야 겠다.내로라하는 기업체의 고위 간부를 지낸 내 친구 하나가 뜬금없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아내 앞에서 `입방정’을 떨다가 자초한 일이지만 그는 이를 실천에 옮겼고 그에겐 `김씨 아저씨’란 별명이 붙었다. 짓궂은 친구들의 장난이지만 그 속엔 존경심이 담겨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옛날에 `무엇’아니었던 사람 어디 있나? 그러나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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