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입학생 1명이 100명 학비를 댄다면?
  • 경북도민일보
기여입학생 1명이 100명 학비를 댄다면?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7.0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대통령의 오해-
 
    조 영 일/(연세대 명예교수)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한 이른바 `3불(不)’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불문하고, 외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 고유의 독특한 정책이다. 이 3불에 집착하는 대통령과 교육 당국, 그리고 일부 식자들이 피력한 견해를 보면, 3불 정책 배경에는 심각한 오해와 착각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여입학제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사립대가 몇 개나 되느냐? 돈 있으면 대학 들어가고 없으면 못 들어가는 상황은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이 대통령 견해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기여입학제는 이미 실시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여입학제와 관련해서는 먼저 `기여’의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금전적 기여’인가 `비금전적 기여’인가? 또한 `사회 기여’인가 `학교 기여’인가?
 교육당국의 기여입학제 금지를 어기고, 비금전적 사회 기여를 감안한 사회 기여입학제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는 사립대학이 있다. 이를테면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5ㆍ18 민주유공자, 국위선양자, 벽ㆍ오지 근무 공무원, 직업군인, 국내외 벽ㆍ오지 근무 선교사ㆍ교역자ㆍ의료봉사자 등의 사회기여도를 별도로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사립대학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입학 기회를 상실하는 피해를 입어도 괜찮은가?
 돈 없어도 대학 갈 수 있는 것이 기부입학제다. 교육당국이 실질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금전적 기여, 즉 기부입학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부입학제는 가난한 학생이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공부를 잘 하는 가난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부자의 기부금을 가난한 학생의 등록금으로 사용한다면, 기부입학제는 참여정부의 분배 정책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대통령 견해대로 기여입학제(실제로는 기부입학제)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대학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아주 우수한 사립대학에 한정될 것이다.
 기부금 액수는 얼마나 될까? 최우수 사립대학의 기부금 하한액은 2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설이 나돈 때가 있다. 아무리 우수한 사립대학이라 하더라도, 20억 원이나 내고 진학할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아무리 많아도 매년 입학 정원의 1%를 넘지 못할 것이다. 잘 해야 100명 중의 1명이다. 기부입학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생은 100명 당 1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20억 원은 100명의 1년 치 등록금의 2배나 되는 금액이다. 100명의 1년간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주고도, 교육시설 확충에 쓸 돈이 충분히 남는다. 대통령 견해와는 정반대로, 돈이 없어도 대학 진학을 희망할 수 있는 것이 기부입학제인 것이다.
 기부입학제 금지야 말로 가난한 학생의 우수한 대학 진학 기회를 박탈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세금을 듬뿍 내는 부자가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이 국가의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기부금을 듬뿍 내는 소수의 부자가 있으면, 가난한 학생들에게 돈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기부입학제다.
 물론 기부입학제를 실시하고, 기부금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사립대학 선호도 순위가 만천하에 밝혀질 것이다. 기부금 하한액이 공개된다면, 특히 2위인 사립대학에게는 가장 껄끄러운 제도가 기부입학제일 것이다. 실리보다 명분에 목숨을 거는 게 한국 사회가 아닌가?
 C 사립여자대학은 기부입학제에 적극 찬성하지만 B 사립여자대학은 극력 반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최근 A 사립대 총장서리가 국민정서를 빙자해 기여입학제는 거론 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겠나?
 국민정서는 차치하더라도, 대부분 사립대학이 알레르기성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이므로, 대통령이나 교육당국이 굳이 금지하느라 애쓰지 않더라도 기부입학제가 광범하게 실시되기는 어렵지 않겠나? 우리 교육당국은 부질없는 고생을 하면서 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