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안방극장에 불 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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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안방극장에 불 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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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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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내 남자의 여자’ 5회만에 시청률 20% 육박
폐부 찌르는 대사로 정통멜로 드라마 이례적 인기

 
“남편은 하늘이 아니야. 하늘이 무너지면 지구가 끝나는 거지만 남자 한눈판 걸로는 파리 한마리 안 죽어.”
`언어의 마술사’가 이번에는 안방극장에 불을 질렀다. SBS `내 남자의 여자’가 방송 5회 만에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청률 20% 벽을 돌파하며 무서운 기세로 상승 중이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6일 `내 남자의 여자’는 전국 가구 시청률 18.9%를 기록했으며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각각 22.1%, 20.7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방송된 MBC `히트’는 15.7%의 전국 가구 시청률과 함께 서울 16.7%, 수도권 17.1%를 기록했다. 또 KBS2 `헬로! 애기씨’의 전국 시청률은 10.2%에 그쳤다.
 `내 남자의 여자’의 이 같은 인기는 멜로드라마의 잇단 고전 속에서 거둔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또 밝고 경쾌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시종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최근 드라마의 트랜드가 된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도 없다. 심지어 등장인물 구성이나 상황 설정이 단조롭기까지 하다.
 그런데 인기다. 오로지 보는 이를 찌릿찌릿 감전시키는 대사와 심금을 울리는 연기력을 무기로.
 그중 김수현 작가의 대사는 진부한 소재도 새롭게 만드는 마술을 발휘한다. 단적으로 16일 방송을 탄 은수(하유미 분)의 긴 대사는 김 작가의 저력을 확인하게 한다.
 은수는 마침내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지수(배종옥)를 위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모두들 말을 안 하고 가슴에 묻고 살아 그렇지 거의 다 한두 번은 겪고 살아. 그러고도 그냥 살아. 자살도 안 하고 이혼도 안 하고 그냥 견뎌넘기며 살아. 왜 사냐. 자식 때문에 살고 생활력 없어 살고 이혼녀 되기 싫어 살고 또… 그게 그 남자의 전부는 아니니까 살고 나처럼 돈 버는 기계로 써먹기 위해 살고… 이런저런 이유끌어다 대고 그냥들 살어. 그런 이유들이 결국 다 핑계고 따지고 보면 계산 속이지만 생활력 있고 잘나고 강한 여자들은 그꼴까지 보면서는 못산다 박차버릴 수 있지.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 그러질 못하잖니. 친정이 꽝꽝 부자기나 하면서 친정부모가 뒤봐줄 테니 이혼하라고 길길이 뛰면 모를까. 끔찍하겠지만 그 끔찍한 걸 어떻게 다 말해. 나도 겪었던 사람이야. 그런데 너무 그렇게까지 하늘 무너진 것처럼 생각하지마. 남편은 하늘이  아니야. 하늘이 무너지면 지구가 끝나는 거지만 남자 한눈판 걸로는 파리 한마리 안 죽어”
 특별할 것 없는 대사지만 그 리듬과 호흡 속에 비범함이 숨겨져 있음을 느낄 수있다. 시청자들이 대사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것.
 김희애-배종옥-김상중의 한 축과 하유미-김병세의 한 축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이미 초반에 불륜을 까발리면서 흔히 보아온 `아슬아슬한 불륜’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제작진이 `심리 멜로’라 내세웠던 전략은 이미 모든 것이 드러난 상황임에도 김수현 작가의 풍성한 대사를 통해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
 여기에 출연진 모두가 자신의 베스트를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김희애와 배종옥의 연기는 지켜보는 것 자체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역시 김희애” “배종옥이 울 때 나도 울었다”라며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방송 1~2회 때만 해도 “김수현 작가도 별 수 없다”는 조급한 비관론이 SBS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5회가 방송된 현재 `내 남자의 여자’는 SBS의 자존심이 됐다. 김수현 작가의 힘이 이번에는 어디까지 미칠지 기대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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