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다간 아들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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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다간 아들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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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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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열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네 뜻이 곧 내 뜻이니 기력이 다 할 때까지 싸울란다”
 1987년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긴 고(故) 이한열(당시 20세)씨의 어머니 배은심(67)씨는 매년 6월9일이면 가슴에 묻은 아들을 그리워 하며 추모식에 참석한다.
 이씨는 `6.10 대회 참여를 위한 연세인 총결의대회’에 참석해 독재타도와 호헌철폐를 외치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뒤 27일만에 숨졌다.
 배씨는 “한열이가 살아 있다면 마흔살이 다 됐겠지만 내 머리 속엔 대학 신입생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며 “한열이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착하게, 진실하게 살다 간 천사 같은 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배씨는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투사’로 변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벌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배씨는 1998∼1999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을 지내면서 422일에 걸친국회 앞 천막농성을 통해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작년 말 시위농민 사망 사건 항의집회와 올해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시위에도 빠짐 없이 참가했다.
 그는 “아들이 못 다한 것을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쳐 있었던 것 같다. 항상 한열이와 같은 길을 간다고 마음먹고 민주주의를 위해 피흘리지 않는 세상, 민초가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웠다”고 회고했다.
 배씨는 지난달 4일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평택 대추리 퇴거집행 현장에서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며 한숨 지었다.
 배씨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모습을 보니 전두환 정권 때나 지금이나변한 게 없어 보였고 기가 막히고 서글펐다”며 “한열이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렸는데 그 피가 아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든지, 그렇지 못하든지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변함없이 걸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가족들은 배씨가 20년에 걸친 싸움을 접고 편히 쉬길 바라지만 그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알기 때문에 말 한 마디 못하고 지켜볼 뿐이다.
 배씨는 “한열이 추모제가 거듭 될수록 참여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며 “욕심을 부려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살다 젊은 생을 마감한 한열이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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