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뺑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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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뺑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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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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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뺑소니와 줄행랑. 두 낱말은 `그게 그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다.그러면서도 `뺑소니’에서는 음험한 범죄의 냄새가,`줄행랑’에서는 약자의 곤경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들어온 `뺑소니차’`36계 줄행랑’이 머릿속에 뿌리내린 영향 탓인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에 나오는 줄행랑은 약자의 언어로 쓰이는 것 같기도 하다.실제로 박종화의 `홍경래’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관군들의 횃불을 보자 일이 글른 줄 알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불러 선천으로 달아나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도 그렇다. “생각하면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제천인지로 줄행랑을 놓은 건 그 다음날 이었지. 다음 장도막에는 벌써 왼집안이 사라진 뒤였네.”
 뺑소니에 `차’가 덧붙으면 아리송 할 것도 없다.한마디로 범죄차량이니까. 이런 통계가 있다. 1970~1993년 사이에 일어난 뺑소니는 9만4205건이다. 사상자는 10만여명. 붙잡힌 운전자는 39%뿐이었다. 뺑소니 사고는 해마다 늘어나는 게 속성인가 보다.1993년만 보면 뺑소니 9153건에 사망자가 647명이나 됐다.
 울릉도가 자랑하는 3무(無) 가운데 하나가 범죄가 없다는 것이다. 서로를 믿고 사는 섬이란 이야기도 된다.그런울릉도에서 10년만에 뺑소니 사고가 돌발했다. 1주일이 다 돼가도록 단서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섬 안 차량 3168대를 다 뒤져야 할 만큼 섬안이 시끄러워졌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제보자에게 사례금 3000만원을 내걸었다.다행히 아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인구 1만명에 잘 아는 사람끼리 사는 울릉도”의 명예가 상처입는 것이 가슴 아팠던 게 아닌가 싶다. 뺑소니차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목격자의 신고다. 뺑소니는 신고율이 낮다. 귀찮은 일만 기다린다는 인식 탓이다. 그러나 섬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목격자의 신고는 필요하다. 범행은 외지차량이 저질렀을 수도 있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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