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공간의 역사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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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공간의 역사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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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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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의 기능·역할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것과 달라

 

하우스 스캔들
루시 워슬리 지음·박수철 옮김
을유문화사 l 394쪽 l 1만5000원

 집을 구성하는 네 가지 핵심적인 공간은 침실과 거실, 욕실, 부엌이다. 그러나 이들 방의 기능과 역할이 처음부터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것과 같았던 것은 아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루시 워슬리는 신간 ‘하우스 스캔들’(을유문화사)에서 집을 이루는 공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됐고 현관에서 화장실까지 각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다룬다.
 침실은 집에서 가장 은밀한 사적 공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침실의 위상은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라며 ‘독립적인 방에서 자기 침대에 혼자 누워 잠을잔다는 것’은 매우 근대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중세인들에게는 따로 잠을 자는 용도의 특별한 방이 없었고 중세에는 방 하나에서 온갖 일들이 벌어졌다. 침대는 함께 쓰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공용침대 예절이 발달하기도 했다.

 19세기에 이르러 침실은 비로소 수면과 성관계, 출생, 사망의 장소가 됐고 이어 20세기 출생과 사망의 장소가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수면과 성관계를 위한 공간이 됐다.
 씻는 용도의 독립적인 욕실 또한 적어도 20세기 중반까지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중세인들은 공동목욕탕을 이용해 비교적 목욕을 자주 했다. 그러나 영국 헨리 8세가 런던에서 목욕탕 영업을 금지하면서 1550년께부터 1750년께까지 이른바 ‘더러운 시대’가 계속된다. 이 기간 대부분 사람은 몸을 구석구석 씻는 것을 이상야릇하거나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위험한 짓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종교 개혁에 따라 과거 성자들에게 봉헌됐던 우물과 목욕탕이 우상 숭배로 여겨져 폐쇄됐기 때문이며 도시가 커지면서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물이 질병을 옮긴다는 공포가 퍼진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목욕은 19세기에 접어들 때까지 일상생활에 당당히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다 목욕이 세련된 행위로 인식되고 신사의 지표 중 하나가 되면서 욕실이 탄생하게 됐다.
 책은 이 밖에도 사람들이 침대와 욕조, 탁자, 화덕에서 했던 수많은 일의 역사를 살핀다. 양치질, 임신, 기도, 화장, 음식 소스 휘젓기, 설거지, 심지어 자위행위까지 온갖 ‘가정생활의 역사’가 등장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사소하고 이상하고 기발하며 얼핏 잡다해 보이는 세부 사항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혁명과 같은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집은 거주자의 시간, 공간, 생활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원제는 ‘벽이 말할 수 있다면’(If Walls Could Talk). 저자는 농가에서 궁전까지 주택의 역사를 다룬 같은 제목의 영국 BBC의 4부작 시리즈에 출연한 뒤 이 책을 썼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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