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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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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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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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들 다양성 잃어… 서로 다른 물감 너무 섞이면 회색빛 돼”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지음 l 을유문화사 l 391쪽 l 1만5000원

 “강남 거리는 왜 걷기 싫을까?”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를 주제로 인문학적 성찰을 담아낸 에세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을유문화사)에서 이같이 서두를 뗀다.
 그가 제시한 답의 실마리는 ‘이벤트 밀도’에 있다. 이벤트 밀도란 단위 거리상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의 숫자를 뜻한다.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명동 거리와 가로수길은 테헤란로 이벤트 밀도의 4.5배 수준이었다. 다수의 사람이 명동과 신사동 거리를 대표적인 걷고 싶은 거리로 꼽은 점을 감안하면, 이벤트 밀도와 ‘걷고 싶음’의 감정은 양의 상관관계를 지님을 추정해볼 수 있다.

 이 같은 시각과 분석을 고려해보면 걷고 싶은 거리를 어떻게 디자인하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다. 이 같은 실용적 측면 이외에도 저자의 인문학적 감수성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느끼는 바를 인간의 말로 바꿔 놓는다.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은 추천사를 통해 ‘건축을 주제로 어쩌면 이렇게 자유롭게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영역을 휘저을 수 있는지 감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15개의 장에 각각의 주제를 담아 도시라는 총체적 공간을 말로 풀어 들려준다.
 그가 이끄는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지, 펜트하우스는 어째서 비쌀 수밖에 없는지, 강북의 도로는 왜 꾸불꾸불한지 등 도시가 만들어지는 기본 문법들로부터 동·서양 건축의 관점과 가치관의 차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건축의 ‘사상’을 접할 수 있다.
 유 교수는 건축은 말이 아닌 건축 자체로 드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그가 책을 쓴 건 비건축 전공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보내는 편지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21세기 융합의 시대를 맞아 각 지역의 건축물들이 다양성을 잃고 비슷해져가는 모습을 우려한다. 서로 다른 물감이 적당히 섞이면 아름다운 색을 만들지만, 너무 많이 섞이면 회색빛이 되리란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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