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것, 그게 리더다
  • 이경관기자
끝까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것, 그게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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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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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감독 40년 지도자 인생 담은 회고록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김성근 지음 l 이와우 l 235쪽 l 1만5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매 순간순간마다 전력투구해라.”(198쪽)
 지난 28일 2015년 KBO가 개막했다. 10구단 체제를 맞아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통합 4연패를 이뤄낸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5연패 도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만년 꼴찌 팀 ‘한화’의 꼴찌 탈출 여부가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젯거리다. 감독으로 ‘야신(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감독이 부임하면서, 최약체 팀을 외인 구단으로 만드는 ‘김성근표 기적’이 또다시 이뤄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람을 제대로 쓰는 게 리더의 핵심이다. 리더는 선수의 잠재력을 발굴해야 한다.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27쪽)
 김 감독은 1969년 마산상고 감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6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김 감독의 지도자 인생을 담은 일종의 회고록이다.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김 감독에게 전하는 제자 10인의 편지와 그리고 그 편지에 대한 김 감독의 화답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제자들의 입을 통해 듣는 김 감독의 이야기는 감동과 함께 진정한 리더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제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야구 선수로 최악의 모습일 때, 김 감독을 만나, 최고 정점을 찍었다고. 김 감독의 리더십은 선수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출발한다.
 최동수 LG트윈스 코치는 선수 시절 프로 입단 후 7~8년을 2군에서 무명으로 보냈다. 그러다 2000년 LG 2군 감독으로 김 감독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최 코치는 당시를 회자하면서 그 당시 김 감독과 훈련한 뒤 ‘변기 잡고 피 토하면서 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감독에게 받은 편지 이야기를 꺼냈다. 그 편지에는 최 코치가 성장하기 위해서 다듬어야 할 것들이 열 가지로 정리돼 있었다. 선수의 노력과 감독의 애정이 더해진 덕분일까. 프로 입단 후 7년간 1군에 있었던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아 타율이 1할 9푼이었던 최 코치가 김 감독과 훈련한 후 2할 9푼 8리까지 나오는 성장을 거듭했다.

 “나는 최대한 선수들의 방패가 되어주고 싶었다. 비록 내가 상처를 입더라도. 리더는 제일 앞에 서는 사람이다. 선수들을 내 등 뒤에 놓고 보호해주어야 한다.”(172쪽)
 김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구 감독이면서도 프로 구단에서 가장 많이 쫓겨난 감독이기도 하다. 약팀이었던 태평양과 쌍방울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SK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명장이 왜 구단에서 그렇게 쫓겨나야만 했을까. 그는 선수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구단과 맞서 싸웠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아 구단과 이별을 고민하는 선수에게 다른 팀으로 떠나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리더는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사람이다.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이해 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나는 한 번도 좋은 조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감독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 그러나 상황을 탓해본 적도 없다. 현실이 바닥이라면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최악을 최선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다.”(97쪽)
 김 감독은 현재 환화 감독을 맡기 전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감독이었다. 원더스는 구단에서 방출돼 갈 곳을 잃은 선수부터 대학 졸업 후 프로구단에 호출 받지 못한 ‘루저’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런 원더스를 김 감독이 이끌면서 창단 3년 만에 총 31명이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놀라운 기적을 이뤘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다. 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상류의 작은 물줄기가 오래 지속되면 큰 바위도 결국은 깨진다. 바다에 이르러 드디어 아주 작은 모래가 되어 백사장에 쌓인다. 물이 흐는 것은 잔잔하다. 그러나 물의 힘이란 대단해서 그 잔잔함이 고여 높은 둑도 넘어간다. 바위도 깨뜨린다. 고일 때도 있고, 넘어갈 때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은 커다란 바다에 이르는 길을 달려가는 것이다. 나 역시 물처럼 흘러온 것 같다.”(7쪽)
 김 감독은 46년간의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단 한순간도 평탄한 적이 없었다. 일흔을 훌쩍 넘긴 지금도 그의 생은 편치 않다. 꼴찌 탈출을 꿈꾸는 환화가 그에게 현재 주어진 과제다. 선수들의 훈련을 위해 하루 천개 넘는 펑고(야구에서 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를 치는 그의 열정이 또 어떠한 기적을 이뤄낼지 기대된다.
 “끝까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것, 그게 리더다.”(4쪽)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끌고 가는 것.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한화의 꼴찌 탈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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